미, ‘슈퍼 핵 항모’ 포드호 전단 동지중해 급파

비행기 75대 이상 탑재 가능
중동에 전투기 편대 증강도
블링컨 “이란 개입 증거 아직”

미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항모전단을 급파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군사 지원에 나선 것이다.

미 정부는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이란이 하마스를 오랜 기간 지원해온 점을 고려해 이란 배후설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사진) 전단의 동지중해 이동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현존 항모 중 가장 큰 제럴드 포드함은 전장 약 351ｍ, 선폭 약 41ｍ(비행갑판 80ｍ), 배수량 11만2000t 등 초대형 규모로, 비행기를 75대 이상 탑재할 수 있다. 또한 최신형 A1B 원자로 2기를 통해 동력을 20년간 무제한 공급받을 수 있으며, 전자식 사출장치와 강제 착륙장치 등이 장착돼 있어 ‘슈퍼 핵 항모’로 불린다. 항모전단 파견은 하마스로 유입될 수 있는 무기를 차단하고 중동 지역의 다른 무장단체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미 국방부는 지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첫 군사 지원 물자가 이날 이스라엘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군 대비태세 확립 차원에서 중동 역내에 F-35, F-15, F-16, A-10 등 전투기 편대를 증강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신속한 움직임은 이란이 하마스 공격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이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 급습 계획을 마련했고, 지난 2일에는 레바논에서 회의를 열고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무장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미 정부는 아직까지 이란이 개입한 직접적인 증거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 공격을 지시했거나 배후에 있다는 증거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