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플라스틱 스무디' 20대 임산부 유산…카페 업주 만나보니
최근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에 플라스틱 조각이 가득 섞여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카페 본사와 업주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이 음료를 마신 20대 임산부는 결국 유산했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피해자를 직접 만났습니다.
[기자]
28살 김모 씨는 지난달 9일을 잊지 못합니다.
둘째를 만난 날입니다.
[김모 씨/피해 임산부 : 정말 기뻤죠. 제 동생이 태몽을 꾼 거예요. 너무 예쁜 병아리가 언니 품에 안겼다고…]
그래서 태명도 '아리'라고 지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쯤 뒤인 지난 3일 유산했습니다.
[김모 씨/피해 임산부 : 피가 나오고 있거든요. 실감이 나요. 아기가 날 떠나가고 있구나. 내 몸에서 빠져나가고 있구나.]
지난달 17일 배달로 받은 음료를 마신 뒤입니다.
[김모 씨/피해 임산부 : 계속 이물감이 느껴져서…뱉어보니 (플라스틱 조각이) 한두 개가 아닌 거죠. (스무디용) 빨대가 굵잖아요. 휘젓는데 플라스틱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배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장출혈 진단을 받았습니다.
몸속에 플라스틱이 들어갔지만 임산부라 제대로 검진받기도 어려웠습니다.
[김모 씨/피해 임산부 : 엑스레이 찍으면 임산부한테 위험할 수 있다고…]
어떻게든 아이를 살리고 싶어 유산을 막는 주사도 두 번이나 맞았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담당 의사도 플라스틱으로 인한 장출혈로 유산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김모 씨/피해 임산부 : (유산판정이) 오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산방지 주사도 맞게 해달라, 아이가 붙어있게만 해달라…]
당시 김씨가 마신 음료를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쏟아보니 플라스틱 조각 수십 개가 보입니다.
카페에 가봤습니다.
[카페 업주 : 이게(일회용 컵) 떨어지면서 (믹서기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도 못 한 거죠. {일회용 컵을 같이 넣어서 간 거예요?} 네.]
업주는 몰랐다고 말합니다.
[카페 업주 : {그런데 소리가 다를 거 아니에요. 믹서기에 갈릴 때.} 이렇게 시끄러워요. 그날따라 뭐가 씌었나. 안경도 안 끼고.]
플라스틱을 삼킬 수 없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카페 업주 : 기자님 같으면 목에 넘어가겠어요? 혀가 예민하잖아. 머리카락만 먹어도 뱉는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결국 업주도 사과했고 카페 본사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음료를 마신 직후 식약처와 지자체에도 신고했지만 조치는 없었습니다.
취재가 되고 나서야 겨우 시작됐습니다.
[김모 씨/피해 임산부 : (식약처에 접수했는데) 15일 정도 기다리라고. 시청에 물어보라고.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읍사무소 2층으로 (음료를) 가져다 달라고 하셨어요.]
현행법상 과실낙태죄 처벌 규정이 없어 업주를 처벌하는 건 어렵습니다.
태아를 사람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쉽지 않습니다.
업주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하거나 치료비와 위자료 청구가 전부입니다.
[김모 씨/피해 임산부 : 제일 원망스러운 건 저였어요. 내가 직접 음료를 시켰고. 맛있다고 먹었으니까.]
실수였다는 해명 이후 가게 문이 닫혔습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20대 부부는 아이를 잃었습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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