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수놓은 팝에 흠뻑… 바쁜 일상에 ‘쉼표’ 찍다
이복진 2023. 10. 9. 21:01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3
올림픽공원서 연휴 3일간 열려
클린 밴딧·앨런 워커 등 무대에
한국팬들 ‘떼창’하며 공연 즐겨
“서울서 좋은 에너지 받아 감사”
올림픽공원서 연휴 3일간 열려
클린 밴딧·앨런 워커 등 무대에
한국팬들 ‘떼창’하며 공연 즐겨
“서울서 좋은 에너지 받아 감사”
“한국에 와서 이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좋아요. 사랑해요. 한국!”
최근 뚝 떨어진 수은주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3(SLSL 2023)’에는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연인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온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자녀와 공연을 보는 중장년층, 그리고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모로코 출신 유학생과 그의 외국인 친구들까지. 연령, 성별, 국적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축제를 즐겼다.
게다가 이날은 다행히 근래 계속됐던 추위가 한풀 꺾여 낮에는 다소 따뜻했다. 그런 기온에 맞춰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멋을 뽐내며 가수들의 공연에 맞춰 춤을 추거나 몸을 흔들었다. 걸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이오공(250)의 무대로 시작을 알린 이날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JTBC 드라마 ‘대행사’의 OST ‘돈트 세이(Don’t Say)’를 부른 조니 스팀슨(Johnny Stimson), 자메이카 출신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을 하고 있는 마세고(Masego)까지 각기 다른 장르의 무대가 준비됐다.
이어 해가 지기 시작한 오후 6시에 클린 밴딧(Clean Bandit)이 무대에 올랐다. 잉글랜드 전자음악그룹인 이들은 2017년 내한 콘서트를 연 이후 2019년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솔로(Solo)’로 무대를 시작한 클린 밴딧은 ‘아이 미스 유(I Miss You)’, ‘텔레폰 뱅킹(Telephone Banking)’, ‘마마(Mama)’, ‘드라이브(Drive)’까지 연달아 불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보컬 그레이스 차토는 “한국에 다시 와서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전하고 “스마트폰의 불을 켜 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곤 잔잔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이어지는 폭발적인 고음의 가창으로 유명한 ‘심포니(Symphony)’를 불렀다. 무대 앞 스탠딩석은 물론이고 무대 앞 양쪽 돗자리석에서 모두 환호가 나왔다. 그리곤 한국팬의 특징인 떼창이 시작되며 멤버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클린 밴딧의 휘몰아치는 듯한 무대에 어느덧 하늘은 어두워지고 날씨는 차가워졌지만, 관객들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공연을 즐겼다. 특히 ‘로카바이(Rockabye)’의 전주가 나오자마자 돗자리석에 있던 관객들이 뛰어서 스탠딩석으로 갈 정도. 물론 스탠딩석에서 쏟아지는 환호는 기본이었다. 클린 밴딧의 공연은 앙코르곡 ‘쇼 미 러브(Show Me Love)’와 ‘래더 비(Rather Be)’로 막을 내렸다. 멤버들은 공연을 마친 뒤 관객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은 뒤 무대를 떠났다.
오후 9시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이자 헤드라이너인 앨런 워커(Alan Walker)의 무대가 펼쳐졌다. 앞서 공연한 클린 밴딧도 전자음악을 하기는 하지만, 클래식 악기와 전자음악이 섞인 크로스오버 음악이었다. 반면 영국 출신의 DJ 겸 프로듀서인 앨런 워커는 오롯이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시설도 달랐다. 중앙에 간이무대가 새롭게 생겼으며, 앨런 워커는 그 무대에 올라 90분 동안 쉬지 않고 공연을 펼쳤다.
특히 특유의 흰색 마스크와 흰색 후드티를 입은 그는 영화사 20세기 폭스의 시그널로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이어 대표곡 ‘페이디드(Faded)’와 ‘얼론(Alone)’ ‘더 드림(The Drum)’ 등의 다양한 버전을 들려줬다. 자신의 노래뿐만 아니라 콜드플레이의 ‘힘 포 더 위켄드(Hymn for the Weekend)’, 리한나의 ‘엄브렐라(Umbrella)’, 브루노 마스의 ‘토킹 투 더 문(Talking To The Moon)’ 등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리믹스하기도 했다. 주최 측에서조차 어떤 노래를 공연할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앨런 워커는 90분 동안 수십곡을 들려줬다. 짧게는 1분에 이를 정도로 곡은 다채로웠다. 그의 이런 디제잉(DJing)에 스탠딩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시종일관 뛰고 소리 지르고 환호하며 응답했다. 익숙한 노래가 나올 때면 떼창을 하기도 했다.
80여분을 쉼 없이 달린 그는 마지막 곡으로 자신의 메가 히트곡 ‘페이디드(Faded)’를 선택했다. 유튜브 조회 수 35억뷰가 넘은 노래로, 여성 보컬의 ‘웨어 아 유 나우(Where are you now)’라는 가사가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EDM 멜로디와 조화를 이루는 노래다. 공연을 마친 앨런 워커는 “감사합니다. 서울. 좋은 에너지를 받고 갑니다. 다음에 또 봐요.(이상 영어) 사랑해요.(한국어)”라고 하면서 준비한 태극기를 펼쳐 보이는 퍼포먼스도 했다.
한편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3’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7일에는 제시 제이(Jessie J), 9일에는 바지(Bazzi)가 헤드라이너로 무대를 꾸몄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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