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0.06%P 차이’가 41조원 차이로…운용사 “목숨걸고 낮춰라”
‘수수료 3분의 1’ 동종상품엔 42조원 몰려
한국에서도 수수료 0.01% 파격상품 등장
“사실상 적자 구조…시장 파이 확보 목적”
9일 미국ETF닷컴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증시 상장 ETF 중 시가총액 1위인 ‘스파이더 S&P500(SPY)’ ETF의 연중 자금 순유입 규모는 14억6680만달러(약 1조9700억원)에 그쳤다. 반면 SPY ETF의 경쟁 상품이자 시가총액 2~3위인 ‘뱅가드 500 인덱스(VOO)’ 및 ‘아이셰어즈 코어 S&P500(IVV)’ ETF엔 각각 연중 314억3024만달러(약 42조3900억원), 201억172만달러(약 27조1100억원)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ETF 시장에서 동일한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일 경우, 시가총액(순자산규모)이 큰 상품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 들어 SPY ETF가 경쟁에서 밀리는 이유는 수수료에 있다는 지적이다. SPY ETF의 연 수수료율은 0.09%인데, VOO, IVV ETF는 0.03%로 SPY ETF의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수추종 상품들은 보통 장기투자 목적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수수료 차이가 장기적으론 큰 성과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또 다른 미국의 자산운용사 인베스코는 자사의 인기 상품인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ETF 보다 보수가 낮은 ‘인베스코 나스닥100(QQQM)’ ETF를 출시하기도 했다. QQQM ETF의 수수료율은 0.15%로 QQQ(0.2%) 대비 저렴하다.
ETF 수수료 인하 경쟁은 국내 시장에서도 눈에 띈다. 격전지는 미국 배당 상품이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이 코카콜라, 펩시코, 브로드컴, 머크 등 10년 이상 배당금을 지급한 우량주들을 편입한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출시해 운용 중이다. 가장 먼저 해당 상품을 시장에 내놓은 건 한국투자신탁운용인데, 수수료율을 종전 0.06%에서 0.01%로 낮췄다.
상품 대중화를 이끈 신한자산운용도 수수료율을 0.05%에서 0.03%로 인하했고, 조만간 0.01%로 추가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가장 후발주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수수료율 0.01%를 내걸며 시장 파이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해당 상품들의 원조 격인 미국 증시의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 ETF의 수수료율은 0.06%로 국내 상품 대비 높은 편이다.
KB자산운용도 올 초 채권형 상품인 KBSTAR KIS종합채권(A-이상)액티브 ETF의 수수료율을 종전 0.05%에서 0.012%로 낮춘 바 있다. 이후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연금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연초 이후 자금 3300억원이 유입됐다.
이 같은 ETF 수수료 인하 전쟁은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성엔 좋지 않다. 인덱스펀드 종류가 많은 ETF의 수익성은 과거 자산운용사들의 핵심 먹거리였던 액티브성 공모펀드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연평균 수수료율은 1.08% 정도인 데 반해, ETF의 수수료율은 0.3%에 불과하다. 자산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서는 자산운용사 중 올 상반기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건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세 곳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0.01%의 수수료율은 사실상 적자 구조”라며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ETF 수수료를 인하하는 건 손실을 보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적극 확보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처럼 굴리는 자금 규모가 큰 경우 거래량이 중요해 동일한 상품이라면 시가총액이 큰 ETF를 선택하는 게 좋다. 다만 일반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수수료율이 낮은 ETF를 선택하는 게 장기 수익률에 유리하다. 비용구조를 확인할 시 표면적인 수수료율 외에 ‘숨겨진 비용’인 기타 비용을 포함한 총보수비용비율(TER) 확인도 필요하다. 상품별 비용 구조에 관한 내용은 매월 기준 공시되는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수수료 인하 추세는 운용사들에겐 지옥이지만, 투자자들에겐 천국”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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