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비밀 찾아 먼 우주로 떠나는 역발상의 대장정

이정호 기자 2023. 10. 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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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6억km 떨어진 소행성 ‘프시케’ 탐사선 오는 12일 발사
최대 60% 철로 이뤄진 프시케, 과거 파괴된 행성의 ‘핵’으로 추정
2029년부터 공중 탐사…탐사 불가능한 지구 내핵 관찰 효과 기대
지구에서 최대 5억9800만㎞ 떨어진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 ‘프시케’로 탐사선이 접근하는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12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NASA 제공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런던 트래펄가광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하늘을 날던 수많은 비둘기가 돌연 건물과 자동차에 돌진해 죽어 나간 것이다. 비슷한 시점, 미국 보스턴에서는 가슴에 심장박동조율기를 단 사람들이 아무 전조 증상 없이 쓰러져 목숨을 잃는다.

원인은 지구 자기장 약화에 있었다. 미국 정부가 인공 지진을 일으켜 적을 공격하려고 만든 비밀 무기 ‘데스티니’가 뜻밖에도 지구 내부에 있는 ‘핵’을 훼손시키면서 지구 자기장이 약해진 것이다.

지구는 가장 겉면에 지각이 있고 중심부로 가면서 맨틀과 핵이 차례로 자리 잡고 있다. 사과가 껍질과 과육, 씨로 만들어진 것과 비슷하다. 미 정부는 문제를 해결할 과학자들로 구성된 특공대를 특수 차량에 태워 지구 핵으로 긴급 파견한다.

2003년 개봉한 미국 영화 <코어>의 줄거리다. 그런데 사실 <코어>에서처럼 지구 중심부의 핵까지 사람이나 차량이 접근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완전한 상상이다. 현실에서 인류는 기술의 한계로 인해 지표면에서 12㎞ 이상 들어가 본 일이 없다. 지구의 핵을 만나려면 500배 더 깊은 약 6000㎞를 파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지구 핵 구조와 성분을 세세히 알아낼 방법이 생겼다. 뜻밖에도 해답은 지구의 땅 밑이 아니라 우주를 떠도는 어떤 소행성에 있었다.

‘철’로 만들어진 소행성 주목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에서 최대 5억9800만㎞(지구와 태양 거리의 4배) 떨어진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 ‘프시케’를 향해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오는 12일(현지시간)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우주 탐사선의 이름도 소행성과 똑같은 ‘프시케’이다.

프시케 탐사선은 전기 생산을 위한 태양광 패널을 펼쳤을 때 가로 25m, 세로 7.3m다. 테니스 코트와 비슷한 면적이다. 중량은 2747㎏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무게다.

프시케 소행성은 가로 길이가 280㎞로, 서울과 광주의 직선거리와 비슷하다. 세로는 232㎞다. 소행성치고는 상당히 크다. 프시케 탐사선은 2029년부터 2년2개월간 프시케 소행성 위에서 공중 탐사를 할 예정이다.

그런데 NASA가 프시케 소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려는 것은 거리나 덩치 때문은 아니다. 바로 소행성을 이루는 성분 때문이다. 프시케 소행성에는 금속이 많이 섞여 있다. 주성분은 철이다. 반면 일반적인 소행성은 다르다. 주성분이 암석이다. NASA는 프시케 전체 부피의 최대 60%가 주로 철로 이뤄진 금속일 것으로 예상한다.

프시케 소행성은 한마디로 초대형 ‘쇠공’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NASA는 이런 정보를 지구의 천체망원경을 통해 수집한 자료에서 얻었는데, 이번에 프시케 소행성 코앞까지 탐사선을 보내 정말 철이 다량 존재하는지 확인하겠다는 생각이다.

지구 ‘핵’ 간접 관찰 효과

NASA는 왜 이런 탐사를 할까. 지구 핵에 관한 정보를 프시케 소행성이 갖고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NASA는 프시케가 수십억년 전 과거에는 지구 같은 일반적인 행성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내부에는 철로 구성된 핵을, 외부에는 지각과 맨틀을 이루는 암석을 갖고 있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 태양계 내 미지의 천체와 충돌하며 프시케의 암석 부위가 날아갔을 것으로 NASA는 추정한다. 사과에 비유하면 과육은 누군가가 전부 베어먹고 중심부의 씨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NASA는 프시케를 정밀 관찰하면 지구 중심부의 핵을 들여다보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NASA가 지구 핵 연구를 위해 이런 우회적인 방법을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구 핵을 연구하려면 핵 근처까지 굴착해 사람이나 장비를 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지구 핵은 너무 뜨겁다. 온도가 태양 표면과 같은 6000도에 이른다. 열에 가장 잘 견디는 금속인 텅스텐의 녹는 점은 3400도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탐사 장비를 어떤 소재로 만들든 지구 핵에 바짝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지구 내부 구조는 지진파의 움직임을 분석해 간접적으로 알아낸 것이다. 이 때문에 프시케 소행성에 대한 관찰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지구를 연구할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NASA는 기대한다.

프시케 탐사선에는 ‘다중 스펙트럼 이미지 장치’가 탑재됐다. NASA는 공식 자료를 통해 “가시광선은 물론 인간이 볼 수 없는 적외선까지 수집하는 장치”라며 “망원 렌즈를 갖춘 카메라도 장착됐다”고 밝혔다.

감마선·중성자 분광기도 실린다. NASA는 “우주 방사선이 프시케 소행성 표면과 충돌하면서 만든 중성자와 감마선을 잡아내는 것”이라며 “프시케가 어떤 물질로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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