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이 띄운 험지 출마론… 野 내부서도 목소리 커질듯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쏘아올린 험지 출마론이 여야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 이후 원외 인사들과 초선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 중진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텃밭인 영남 중진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지역의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는 동력이 돼야 한다는 요구다. 당초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제한'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온 더불어민주당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원외인사인 김병민 최고위원은 9일 한 공중파 라디오에서 "하 의원이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적절한 판단을 내려줬다"며 "하 의원이 시작점을 돌파했는데 국민의힘에서 나를 한번 희생하고 당 전체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꽤 불이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인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어떻게든 총선에서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면 하 의원과 같은 의견을 가진 이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한 라디오에서 "하 의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제2, 제3의 하태경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발적인 중진들의 결단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먼저 헌신하고 절박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효과가 있다"며 "누가 됐든 3선 이상 한 것은 많은 기회를 당으로부터 받은 것이기 때문에 많은 중진들이 깊게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득권 세력으로 볼 수 있는 영남 중진들이 자발적으로 총선에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도권에서 '인물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무게감 있는 인물을 투입해 민주당 현역 의원과 경쟁을 해야 총선 승리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국민의힘이 오는 11일 치르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할 경우엔 중진 험지 출마론이 더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천 밥그릇 챙기기'라고 평가절하는 시각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 '청년의 꿈'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 코너에서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에 대해 "선당후사라기보다는 제 살길 찾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찬반 의견이 갈리자 하 의원이 직접 입을 열고 자신의 서울 출마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나는 지난 총선에서 부산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해운대에 남기로 결정해서 그 누구와 경쟁하더라도 이길 자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키워준 당과 주민들에게 더 크게 보답하는 것이 제 정치 소신에 부합하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서울 출마 결심 이유를 들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국민의힘과 같은 움직임이 일어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에서는 우선 홍익표 원내대표가 4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야당의 험지인 서울 서초을 출마를 선언했다. 험지 출마선언이 이번 원내대표 당선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서울 성동을에서 재선을 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추천으로 성동구에 출마한 뒤 내리 3선을 했다.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동일 지역구 3선 국회의원 공천 제한'을 제안한 바 있다. 더혁신회의는 지난 7월 기자회견을 열고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 당선된 국회의원은 다른 도전자의 도전 자체를 막고 있다. 3선 이상 의원은 경선 득표율 50%를 감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역 의원 50% 물갈이', '후보자 추천 시 당 정체성 항목 신설' 등도 혁신위에 제안했다.
앞서 더혁신회의가 포함된 '특별당규 개정 연대'도 연속 3선 이상 혁신 국회의원의 경우 득표의 50% 이상을 감산해야 한다는 '제22대 총선 후보자선출규정 특별당규 개정 청원'을 청원 게시판에 올린바 있다. 혁신위 관계자는 이날 "우리들은 개혁의제를 추진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철회를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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