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577돌…"공공영역에서 외국어 사용은 인권침해"
[EBS 뉴스]
오늘은 오백 일흔 일곱 돌 한글날입니다.
한글은 이제 우리에겐 공기나 햇빛처럼 당연한 것이어서, 그 소중함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데요.
먼저 영상 보신 이후에, 한글 사랑,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전문가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VCR]
한글날 577돌
전국서 다양한 행사
"한글 창제 의미 되새기자"
2012년 공휴일 된 한글날
2005년 국어기본법 제정에도
문체부 "개선할 공공언어 2천3백여 개"
'심심한 사과' 청년층 문해력 논란에
"한자교육 강화" 목소리도
생활 속 우리말 사랑 실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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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을 둘러싼 여러 화두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와 이야기해봅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건범 대표 / 한글문화연대
안녕하세요, 이건범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반갑습니다, 대표님께서는 1급 시각장애를 가지고 계시면서 우리 말 운동에도 앞장서고 계십니다.
우리말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한데요.
이건범 대표 / 한글문화연대
제가 20대 때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두 차례 간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살고 있던 형사 피의자들 이분들 상태를 보니까 일단 자기의 공소장에 실려 있는 제목이나 또는 판결문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잘 이해를 못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법률은 대체로 다 법전 같은 거 보면 다 국한문 혼용으로 돼 있었고 거기서 내용을 찾아서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분들이 죄를 어느 정도 지었건 간에 자신을 방어할 수 있어야 되는데 거기에 언어라는 것이 그리고 문자라는 것이 하나의 거대한 장벽이 되어 있구나라는 거를 그때 느꼈었죠.
그래서 정말 어려운 말과 어려운 문자 이거를 넘어서서 쉬운 말과 쉬운 글자 이것이 우리 삶에서 일관되게 사용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좀 하게 되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문자는 권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우리 말과 관련된 화두 가운데 또 하나가 공공영역에서 우리 말 쓰기 문제입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영어 공문서나 표지판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 어떻게 보십니까?
이건범 대표 / 한글문화연대
외국인을 위해서 영어 공문서를 제공해 주는 일은 저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거는 외국인만을 위한 거니까, 그러나 사람들에게 간판이든 표지판이든 또는 모든 지방의 방송 이런 거에서 외국어를 앞세워서 함으로써 그 지역 주민들의 외국어 능력을 키우고 그걸 가지고 외국인과 우리나라 주민들이 영어로 소통하게 하겠다, 이런 생각은 사실 좀 너무나 환상적이고 게다가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불편을 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 비판이 많이 일어나게 되고 그래서 부산에서도 영어 상용 도시 이런 얘기하다가 이제 영어하기 편한 도시 정도로 후퇴하고, 인천도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자기들이 알고는 있으면서도 영어 통용 도시 이런 걸 계속 아직도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데, 참 제가 보기에는 그런 구호를 자꾸 내세우는 것이 우리 국민들에게는 이거 영어 못하면 좀 뒤처지는 거 아닌가 그런 불안감만 일으키게 되고 그러다 보면 또 영어 사교육에 바람, 열병 부추기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참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 정치인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현아 앵커
문체부가 개선 대상으로 꼽은 공공언어가 2,300개가 넘습니다.
공공언어에서 외국어 대신 우리 말을 써야 하는 이유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이건범 대표 / 한글문화연대
우리가 정부 정책이나 제도 또 법률 이런 데에 들어있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실 안전이나 보건 또 우리가 돈을 버는 문제, 세금 내는 납세, 그다음에 국방의 의무 여러 가지 우리들에게 어떤 권리와 의무 또 우리의 행복을 추구할 기회에 관련된 많은 일들이 그런 정부 정책과 제도 속에서 계속 소개되고 사람들에게 실제 생활로 다가가고 있는데, 그런 말을 이해를 못할 경우에 어떤 사람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피해를 볼 수도 있고 그런 것이죠.
그래서 외국어 능력 때문에 어떤 국민은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이거는 외국어 능력에 따라서 우리 국민을 차별할 수도 있는 그런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단 정부 정책과 제도 등의 어떤 그런 공공영역에서 사용하는 말과 글자 우리 말과 한글로 가는 것이 그것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기본이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특히 공공언어는 국민의 기본권을 더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이른바 '심심한 사과' 논란이 최근에 굉장히 화두가 됐습니다.
이게 참 청년, 청소년들의 문해력과 관련된 논란인데요.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을 해결하려면 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건범 대표 / 한글문화연대
한자 교육 그 자체로만 얘기하면 저는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 한자 공부를 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지금 한자 교육 자꾸 주장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어린 초등학교 때 하는 그런 식의 한자 교육을 자꾸 얘기를 하셔가지고 불필요한 사교육 자꾸 유발하는 그런 분야라서 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문해력 문제로 넘어갔을 때 저는 심심한 사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 저 사과가 애플 사과, 먹는 사과를 뜻하는 건가라는 식으로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왜 이렇게 난리가 났었지라고 하다 보니까 그 문제를 가지고 심심하다라는 말을 가지고 문해력까지 끌고 올라가서 얘기가 길어지던데, 사실은 이제 심심하다라는 말을 요즘은 안 쓰는 말이기 때문에 우리 청년세대나 청소년들이 그 말을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거죠.
우리도 과거에 100년 전에 쓰던 말을 우리한테 지금 얘기를 한다면 저도 모르는 말이 많으니까, 그런 점에서 거기에서 문해력까지 나가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좀 지나치다라는 생각이 들고 우리 청소년들의 청년들의 문해력이 그렇게 낮은 수준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옛날 현재 노년 세대나 중장년 세대에 비해서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고 다만 앞으로도 계속 문해력을 높여가야 되니까 그런 점에서 청년들 청소년들의 교육 과정에서 글쓰기 그리고 책 읽기 또 토론하기 이런 것을 우리가 조금 더 이렇게 강조하고 그쪽에다가 많은 시간을 쓰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현아 앵커
교육과정에서 글쓰기와 토론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해 주셨습니다.
또 우리 말과 관련해서 또 다른 세태 가운데 하나가 신조어 그리고 줄임말입니다.
이걸 또 마냥 비판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고 지적을 해 주셨는데 이건 어떤 맥락입니까?
이건범 대표 / 한글문화연대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은어처럼 만들어서 이렇게 남을 비난하고 따돌릴 때 쓰는 그런 말이 아니라면 그리고 혐오 표현 이런 식으로 만들어내는 말이 아니라면 저는 이제 신조어라는 것은 새로운 느낌이나 현상, 새로운 문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 되기 때문에 당연히 만들어 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거꾸로 그런 것을 외국어로만 그냥 갖다 붙이지 우리 말로 그것을 만들어내는 데는 오히려 좀 소홀하고 어떤 때는 인색하기까지 한 거죠.
그런 점에서 좀 문제가 있고 우리 말의 자산은 사실 그런 새로운 말들이거든요.
새말들이기 때문에 열심히 그걸 만들어내는 데 오히려 우리가 신경을 써야 되고 줄임말의 경우도 사실 뭐 어쩔 수 없는 현상이거든요.
기성세대들도 예를 들면 기재부, 전경련 이렇게 줄인 말들을 써왔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청년들이 줄인말 쓰는 세태를 너무 이렇게 비판적으로만 보는 것은 또 약간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한글과 우리 말 정말 소중한 자산입니다.
단순히 우리 말이라서 지켜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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