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준 높아져도 사라지지 않는 ‘유리천장’···노벨 경제학상에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성별 임금 격차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에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는 31.1%였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최고 수준으로, OECD 평균인12%의 세배에육박한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 문제의 심각성이 도드라지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진화된 다른 국가들에서도 10% 넘는 남녀 임금격차가 구조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에는 노동 시장에서 뿌리깊은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데 기여해 온 미국의 경제학자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77)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클로디아 골딘 교수를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골딘 교수는 2009년 엘리노 오스토롬, 2019년 에스테르 뒤플로에 이어 세번째 여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
위원회는 골딘 교수가 기록 보관소를 샅샅이 뒤지며 미국에서 200년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 소득과 고용률의 성별 차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왜 그리고 어떻게 변했느지 또 여성이 세계 노동 시장에서 어떻게 과소 대표되는지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2021년 번역돼 출간된 <커리어 그리고 가정> 저자로 잘 알려진 골딘 교수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여성 최초 종신 교수로, 매년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는데 올해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특히 20세기 들어 여성의 교육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취업하는 여성이 늘어나는데도 남성과 여성 사이에 소득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현실에 주목했다. 임금격차의 시작이 첫 아이의 출생과 함께 발생한다는 것도 직시했다.
그는 뿌리깊은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job)’에서 찾았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높은 노동 강도와 불규칙한 근무 시간을 요구하는 직업으로 높은 보수가 따라온다. 반면 이보다 덜 경쟁적인 ‘유연한 일자리’는 낮은 보수가 뒤따르는데 전통적으로 결혼과 육아에 더 많이 공헌해온 여성의 경우 이같은 ‘탐욕스러운 일자리’에 전념하기 어렵고,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함으로써 성별 보수 격차를 결과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더 나은 학력과 학업수준, 입사 성적으로 비슷한 출발선에 서더라도 결국 이같은 선택들로 임금 격차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유능한 여성 노동을 시장으로부터 배제함으로써 경제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골딘 교수는 설명해왔다.
그는 이런 ‘탐욕스러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탐욕스러운 일자리와 유연한 일자리 간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탐욕스러운 일자리’의 보수 수준을 낮추는 대신, 정보기술(IT) 등을 활용해 유연한 일자리의 생선성을 끌어올림으로써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방식으로 그는 가족이 육아에 들이는 비용을 국가가 크게 지원함으로써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방식도 제안했다.
194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골딘 교수는 코넬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의 경력과 가정의 역사, 경구피임약이 여성의 커리어와 결혼에 미친 영향,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아진 이유 등을 연구했다. 그의 남편 래리 카츠도 하버드대 경제학부 교수이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노동부의 수석 경제학자였다.
노벨상 수상자는 지난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에 이어 이날 경제학상까지 올해 수상자를 모두 발표했다. 노벨 경제학상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돼 1901년부터 시상되기 시작한 노벨상 5개 분야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1969년부터 수여되고 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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