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난무하는 전통축제…“어려워요”
[앵커]
한글날인 오늘, 가을을 맞아 지역 곳곳에서 축제가 한창인데요.
옛 역사와 문화를 재현한 전통축제에서조차 외국어나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백상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백제 문화를 주제로 공주와 부여에서 펼쳐진 대백제전, 축제의 핵심 즐길거리 가운데 하나는 '수상멀티미디어쇼'입니다.
야간에 강과 호수에서 영상과 조명을 쏘는 공연인데 명칭만 들어서는 뭘 한다는 건지 알기 어렵습니다.
[우경자·박정자/경북 상주시 : "수상이라고 하는 거는 알아듣겠는데 멀티미디어라고 하는 거는 지금 영어로 하는 말씀 아니에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지…"]
국적불명 외국어 조합에 외국인도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즈하메트/튀르키예 : "잘 모르겠어요. 제 생각에는 재미있는 미디어 쇼일 것 같아요."]
공연 설명 자료 역시, '워터커튼과 워터스크린을 활용한 미디어 맵핑'으로 외국어 투성이입니다.
미디어아트나 웅진 판타지아 등 대표 행사치고 영어가 쓰이지 않은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효와 뿌리를 주제로 한 또 다른 축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뿌리라는 동음이의어에서 착안해 마련한 친환경 가발 전시회에는 '뿌리 환타지 헤어쇼'라는 이름이 붙었고 '문중 퍼레이드'와 '조선황실 시니어 패션쇼' 'K-효 페스타' 등 축제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는 외국어 명칭이 줄을 잇습니다.
[대전시 중구 관계자/음성변조 : "청소년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축제가)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판타지라는 말을 넣어서 사용을 했거든요."]
매번 무분별한 외국어나 외래어 남용이 지적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광호/공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 "쉬운 말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는 그런 용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자치단체가 주관한 전통축제조차 외국어로 도배되면서 한글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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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현 기자 (b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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