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난무하는 전통축제…“어려워요”

백상현 2023. 10. 9. 19: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글날인 오늘, 가을을 맞아 지역 곳곳에서 축제가 한창인데요.

옛 역사와 문화를 재현한 전통축제에서조차 외국어나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백상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백제 문화를 주제로 공주와 부여에서 펼쳐진 대백제전, 축제의 핵심 즐길거리 가운데 하나는 '수상멀티미디어쇼'입니다.

야간에 강과 호수에서 영상과 조명을 쏘는 공연인데 명칭만 들어서는 뭘 한다는 건지 알기 어렵습니다.

[우경자·박정자/경북 상주시 : "수상이라고 하는 거는 알아듣겠는데 멀티미디어라고 하는 거는 지금 영어로 하는 말씀 아니에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지…"]

국적불명 외국어 조합에 외국인도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즈하메트/튀르키예 : "잘 모르겠어요. 제 생각에는 재미있는 미디어 쇼일 것 같아요."]

공연 설명 자료 역시, '워터커튼과 워터스크린을 활용한 미디어 맵핑'으로 외국어 투성이입니다.

미디어아트나 웅진 판타지아 등 대표 행사치고 영어가 쓰이지 않은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효와 뿌리를 주제로 한 또 다른 축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뿌리라는 동음이의어에서 착안해 마련한 친환경 가발 전시회에는 '뿌리 환타지 헤어쇼'라는 이름이 붙었고 '문중 퍼레이드'와 '조선황실 시니어 패션쇼' 'K-효 페스타' 등 축제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는 외국어 명칭이 줄을 잇습니다.

[대전시 중구 관계자/음성변조 : "청소년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축제가)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판타지라는 말을 넣어서 사용을 했거든요."]

매번 무분별한 외국어나 외래어 남용이 지적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광호/공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 "쉬운 말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는 그런 용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자치단체가 주관한 전통축제조차 외국어로 도배되면서 한글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안성복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백상현 기자 (bsh@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