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팔戰 리스크까지… `겹겹악재` 경제
금·달러화 강세에 亞증시는 혼조
중동 전지역으로 확전 여부 관건
인플레·경제성장 새 위험 요소
한국 경제가 설상가상이다. 이번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라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는 4%대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에 모두 위험 요소라며 국지적 수준에서 그칠지, 중동 지역 전체로 번질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 전자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장중 전 거래일보다 4.69% 상승한 배럴당 88.6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89달러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이번 전쟁이 유가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이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닌데다 최근 경제 둔화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한 달 전 가격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석유와 주식시장이 즉각적인 영향을 볼 수 있지만, (본격적인 영향을)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충돌 확대 우려가 커졌다.
이럴 경우 미국이 동지중해에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를 전진 배치하는 가운데 이란이 전 세계 원유의 2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은 2011년 미국의 제재를 받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과거 이란의 핵협정 탈퇴 이후 트럼프 행정부식 이란 제재가 재연되면 이란의 석유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 ANZ 홀딩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될지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현물 금도 온스당 1852.63달러로 1.1% 상승했다. 또다른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도 강세를 보여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2% 올랐다.
이날 한국과 일본의 주식시장이 각각 한글날 연휴와 체육의 날로 휴장한 가운데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열흘간의 국경절 연휴를 마치고 거래가 재개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7% 떨어졌다. 호주 S&P/ASX 200 지수는 0.2% 오른 채 마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이란의 전쟁 개입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제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확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2400대에서 박스권을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1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리터당 1800원대를 돌파한 국내 휘발유 가격은 1900원대까지 치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기 요금 인상 압박도 가중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전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인데, 유가 상승 지속 시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의 채산성도 나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은 무역수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난 6월 이후 무역수지 흑자 전환은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측면이 크다. 따라서 반도체 수출 상승과 대중(對中)무역 흑자 회복 등 수출의 뚜렷한 플러스 전환이 없다면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 김완기 무역투자실장은 "유가가 움직여도 무역수지에 영향을 주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우리 무역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하기엔 어렵다"며 "또 호르무즈 해역까지 상황이 번질지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석유공사, 가스공사와 함께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분쟁 지역이 국내 주요 원유·가스 도입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떨어져 있는 만큼 국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으로 분석했다. 이어 현재 중동 인근에서 항해하거나 선적 중인 유조선, LNG 운반선도 모두 정상 운항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물가 상승 억제와 연착륙을 동시에 노리는 미 연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국제 유가가 급등해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트리플아이자산운용의 카림 바스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은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모두 리스크"라면서 연준에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중 어느 쪽이 더 큰 골칫거리인지 선별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고 전했다.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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