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구글·애플에 과징금… 실효성 논란

윤선영 2023. 10. 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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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475억·애플 205억원 부과
국내 매출액 비해 턱없이 적어
국감 보여주기식 늑장대응 비판
구글. 로이터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구글과 애플에 과징금 철퇴라는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이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익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다. 향후 행정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최종 결론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의 제재에도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무용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6일 구글과 애플에 각각 475억원, 205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글과 애플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앱 개발사에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를 위반했다는 판단에서다.

방통위는 "구글과 애플의 특정 결제 방식 강제는 앱 마켓의 공정한 경쟁 촉진을 위해 2021년 9월 개정한 법률의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큰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번 조치는 시장의 건전한 환경을 조성할 뿐 아니라 공정하고 개방적인 모바일 생태계 마련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늑장 대응'과 '실효성 부족'에 대한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방통위가 지난해 4월 앱 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방식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지 1년 반 만에 나왔다. 방통위는 지난해 5월 실태점검에 착수했고 같은해 8월 사실조사에 돌입했는데, 통상 사실조사가 3~6개월가량 소요되는 것과 달리 이번 사안의 경우 1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미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쳤고 그새 앱 개발사와 소비자 피해는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앱 마켓 사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개발사들이 인앱결제 정책 수수료 부담을 떠안으면서 결국 콘텐츠 이용 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조치가 10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에 방통위가 구글과 애플에 통보한 시정조치안은 잠정안으로, 최종 확정 전에 이를 공개한 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서둘러 발표했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업계는 물론 과방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를 고려하면 주요 쟁점까지는 아니어도 올해 국감에서 관련 질의가 예상되고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지난 8월 취임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빅테크 갑질을 둘러싼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도 읽힌다.

방통위는 조만간 구글과 애플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심의·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구글과 애플은 방통위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행정소송 가능성을 열어뒀다. 구글은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함과 동시에 이용자들의 선택권 확대, 모두에게 안전하고 높은 품질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방통위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추후 최종 서면 결정을 통보받으면 신중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애플은 "방통위가 발표한 사실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앱스토어에 적용한 변경사항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문제는 행정소송이 최종 판결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 기간 앱 개발사와 소비자들은 인앱결제 강제 정책과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과징금을 부과하더라도 인앱결제 수수료 수익이 훨씬 높아 구글과 애플의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방통위는 인앱결제를 강제한 앱 마켓 사업자에게 관련 매출액의 최대 2%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앱 마켓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은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구글코리아는 메인 서버가 위치한 국가에 세금을 낸다는 규정을 근거로 앱 마켓 수익을 싱가포르 소재 구글아시아퍼시픽 매출로 기록한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추산 방식을 적용하면 2018년 구글의 한국 앱 마켓 매출은 최소 4조2000억원에서 최대 6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구글은 지난해 한국에서 34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고 방통위가 구글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475억원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방통위의 제재 결정에 "늦은 결정이지만 적극 환영한다"며 "구글과 애플은 유관기관의 판결이 나온 만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불법적인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피해도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협은 지난해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불공정거래 행위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으로 신고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출협은 미국의 로펌을 통해 대만과 일본의 앱 개발자와 함께 미국 본사에도 직접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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