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중동전쟁에 국제유가 꿈틀… 50년전 악몽 되풀이 되나?[이-팔 전쟁에 韓경제 불안]

김미경 2023. 10. 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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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4차 중동전쟁 닮은꼴
유가 폭등 영향 제한적이지만
인근 국가로 확전 가능성 변수
韓, 모니터링 강화 여파 최소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 여파로 유가가 요동치면서 '오일쇼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유대교 명절을 틈탄 하마스 측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1973년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과 닮았다. 욤 키푸르 전쟁이 바로 역사적인 제1차 오일쇼크를 불러왔듯이 이번 사태가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국제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당장의 유가급등은 불가피하나 장기적인 유가 인상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이 당장은 유가가 오를 수 있지만, 이번 사태가 유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석유·가스시장 전문가인 반다나 하리는 CNBC에 9일 유가가 조건반사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사태가 더 번지지 않고 중동 지역의 석유·가스 공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인식되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팩트 글로벌 에너지'의 이만 나세리 중동 담당 상무도 "양측(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미국과 이란을 비롯해 양측을 각각 지지하는 국가들이 직접 관련되는 중동 지역 전쟁으로 빠르게 번지지 않는 한 유가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중동국가로의 확전이 없다면 2차 오일쇼크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지만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미국은 이란이 이번 사태의 배후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늘어난 것도 불안요인이다. 지난해 한국이 사우디, UAE, 이라크,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6개국으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6억6725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라 직접적인 유가 파동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면서 시장을 예의주시 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현안 브리핑에서 "관계 부처와 금융당국은 현재 분쟁 발생 이후 시장 상황과 예상되는 영향을 긴밀히 점검 중"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리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9일은 휴일이라 대부분의 금융시장이 열리지 않아 본격적인 시장 상황은 파악하기 어렵다. 사태 전개 방향이 매우 불확실하므로 정부는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시장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이번 사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봤다. 그는 "국제금융시장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의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는 좀 더 위기상황에 불확실성이 컸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경기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역사상 가장 빨리 금리를 올렸고,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충격이 왔다"고 지적했다. 최 수석은 "올해는 미국 금리만 놓고 보더라도 결국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좋다는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유가가 높은 것은 앞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지만, 산유국들이 감산한 효과도 있다. 그래서 지금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지난해보다는 불확실성이 줄어든, 수요 공급의 변동성에 따른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그럼에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여러가지 변동성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최대한 모니터링도 하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고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비용상승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원인이 된다. 최근 유가 흐름이 아직은 높은수준이지만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 같다"며 "대외 여건이라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국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유류세 등 비용 부담을 줄일 방안이 있을지 여부는 유가 흐름이나 전개상황을 봐서, 가능성 열어놓고 대응하겠다는 것은 그런 방안이 다 포함돼 있다"고 했다. 공공요금 추가인상 전망에 대해서는 "정부도 여러가지 시장 변동성 확대와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충분히 감안해서 최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를 고려해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관계기관과 공조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 1급이 참석하는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컨퍼런스 콜 형식)를 개최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관련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긴급 점검했다. 이들 기관은 국제 유가 변동폭은 확대됐으나 아직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유가 강세에 대응하고자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 인하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앞서 "현재 국제유가 강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추가로 2개월 정도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미경·최상현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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