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달 5600원’으로 버틴 60대, 공조직 의존 복지체계 손봐야
수개월째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 60대 남성이 아사 직전 발견됐다. 8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한 원룸에서 발견된 이 남성은 넉 달째 월세를 못 낸 세입자가 인기척이 없다는 주인 신고로 출동한 동주민센터 직원들에 의해 지난 4일 구조됐다. 당시 남성은 앙상하게 말라 옷도 입지 않고 누워 있었다. 집엔 식료품이 아예 없었고, 먹다 남은 과일 통조림에도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고 한다.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영양실조로 건강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은 주민등록이 말소돼 공적 안전망이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런 소식을 접해야 하는 건지 마음이 무겁다.
해당 남성의 카드 내역은 그가 얼마나 극한상황에 몰려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남성의 소비활동은 지난 7월16일로 끊겼다. 마트에서 체크카드로 5600원을 결제한 뒤 통장 잔액은 0원이 됐다. 지난 7월부터 석 달간 생활비로 지출한 돈이 1만원도 되지 않았다니 그 참담함에 말문이 막힌다. 전기와 가스가 끊긴 집 현관에는 ‘전기공급 제한’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그는 정부·지자체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원룸에서 거주해왔으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동주민센터에 복지 사각 대상자로 통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사의 기로에 이르도록 공공 안전망이 파악 못해 아사 위기까지 몰린 것이다.
이 남성은 가족과도 연락이 끊기면서 2004년 인천에서 주민등록이 말소돼 ‘거주불명’ 상태였다. 행정안전부 거주불명 등록자는 지난 9월 기준 15만302명에 달한다. 이 남성은 주민센터 지원으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언제 어디서든 이 같은 일은 되풀이될 수 있다. 주민등록 말소 가구는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찾아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위기가구 발굴에 집중했지만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 이들을 끌어안기 위해선 공적 복지체계의 개선뿐 아니라 주민 참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이 위기가구 발굴을 돕는 것이다. 경기도는 통장이 맡는 명예사회복지공무원제를 ‘위기이웃 발굴단’으로 개편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행정 중심의 복지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되 민간 참여로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이다. 1인 가구 비중이 40%대에 이르고, 고령화 추세가 가파른 한국 사회에서 복지 정책을 공적 시스템에만 맡겨선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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