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소득격차 원인 분석... 노벨 경제학상에 골딘 하버드대 교수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와 성별 임금 격차 등을 연구해온 클로디아 골딘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여성 수상자는 2009년(엘리너 오스트롬)과 2019년(에스테르 뒤플로) 이후 세 번째지만, 여성 단독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 경제학상 단독 수상자도 2017년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 이후 6년 만에 나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 골딘 교수를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골딘 교수는 수세기 동안의 여성의 소득과 노동 시장 결과에 대해 처음으로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골딘 교수의 연구는 새로운 (역사적) 패턴을 밝히고, 변화의 원인을 파악할 뿐 아니라 남아있는 성별 격차의 주된 원인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사와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골딘 교수는 1990년 여성 최초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종신 교수에 임명된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에는 전미경제학회장을 지냈고, 최근 몇 년간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올해도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쓴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등과 함께 유력 수상 후보로 꼽혔다.
골딘 교수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여성의 경제 활동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여성의 경력과 가정의 역사, 경구피임약이 여성의 커리어와 결혼에 미친 영향,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아진 이유 등이 대표적인 연구 분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골딘 교수의 저서인 ‘커리어 그리고 가정’이 국내에서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저서와 논문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가정과 자녀를 돌보기 위해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job)’가 아닌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하면서 남성과 임금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고 주장해 왔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높은 노동 강도와 불규칙한 근무 시간을 요구하는 직업을 가리킨다. 반면 유연한 일자리는 근무 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 원하는 때에 휴가를 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임금이 낮다.
골딘 교수는 지난해 본지와의 심층 인터뷰에서 “자녀가 있는 부부 중 남편은 기업이 요구하는 온콜(on-call·긴급 호출에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아내는 ‘일하다가 집에 일이 생기면 달려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며 “그 결과 아내는 커리어에서 손해를 보고, 승진과 임금에서 남편과 아내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성별 임금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유연한 일자리의 생산성을 높여 탐욕스러운 일자리와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서 최고의 남성 롤모델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더글러스 엠호프)을 꼽기도 했다. 그는 “엠호프는 아내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더 잘하도록 지원한다”며 “우리에겐 이러한 (남편의) 역할 모델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골딘 교수의 제자인 황지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비주류였던 여성 노동경제학 분야를 개척한 위대한 경제학자”라며 “일과 연구에 있어서는 카리스마 있고 완벽주의 성향도 강하지만 후배와 제자를 대할 때에는 인간적 면모가 풍기는 분”이라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11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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