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대 보내놨더니 먹는 걸 이렇게”…불량 전투식량 수사착수

2016~2020년 전투식량Ⅱ형
유통기한 최대 3~4배까지 늘려
납품된 총 86만여개 이미 소비돼

군에서 현재 보관 중인 전투식량Ⅱ형의 모습. [사진 = 안규백 의원실]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군에 납품된 A업체 전투식량Ⅱ형이 불량이라는 본지 군납비리 보도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상조사를 진행한 결과 해당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처의 수사 의뢰를 받은 특별사법경찰관(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기간 장병들이 먹은 불량 전투식량은 86만개에 달하고, 아직도 130만개 가량이 군부대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본지 보도 후 식약처에 문의해 입수한 ‘전투식량Ⅱ형에 대한 9월 특별점검 결과’를 보면 참기름과 옥수수기름을 제조해 납품한 B업체는 유통기한 설정 기준 위반, 이를 납품받아 전투식량Ⅱ형을 제조한 A업체는 유통기한 설정 기준을 어긴 제품을 사용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최대 1~2년에 불과한 참기름과 옥수수기름의 유통기한을 각각 39개월과 42개월까지 늘려 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특사경 수사에 더해 각 업체가 속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도 요청했다.

안 의원실이 국방부 등에 A업체가 생산한 전투식량Ⅱ형 취식·재고 현황을 요청한 결과 총 86만5343개가 이미 소비됐고, 약 130만개는 아직 군 창고 등에 보관돼 있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위생법 위반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있지만, 군납비리의 경우 군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추가 처벌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군 관계자는 “군량과 관련된 비리는 군대에서 가장 처벌 수위가 높은 죄목 중 하나”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군검찰에서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