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숫자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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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두가지가 필요합니다.
십수년간 시장의 변두리에 있었던 이차전치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도 전기차 시대의 본격 개막이라는 스토리가 받쳐줬기 때문입니다.
주가는 실적과 스토리의 총합이라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그나마 스토리가 담보되는 종목들도 목표주가가 없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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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를 납득시킬 수 있는 요소는 숫자입니다. 바로 실적이죠.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한 주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품일 뿐입니다. 그래서 올해 주식시장을 주도해 온 이차전지 관련주들에 대해 증권사들이 냉정한 평가를 합니다. 스토리와 맞지 않는 숫자, 그럼에도 부풀어 오르는 시가총액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실적이 별로인 종목은 더더욱 시장에서 기피됩니다. 웬만하면 증권사 리포트로도 다뤄지지 않습니다. 최소한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없다면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을 분석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주가는 실적과 스토리의 총합이라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실적이 좋았던 기업이더라도 적자가 이어지거나 한다면 리포트에서도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스토리가 담보되는 종목들도 목표주가가 없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이처럼 숫자가 중요한 주식시장에서 스토리만 가지고도 통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상장시장입니다. 실적이 나쁜 기업들도 줄줄이 증시 입성에 성공하고 있죠.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만 세곳의 기업이 증시에 상장됐고, 예비심사 통과 후 상장을 기다리고 있는 적자기업도 5곳이나 됩니다. 올해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두산로보틱스 역시 창사 이후 7년 연속 적자기업니다. 증시를 노크한 적자기업도 3·4분기에만 10곳에 이릅니다. 올해 심사철회·미승인 기업이 3곳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 대부분이 증시 입성에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증시에 들어온 기업들의 주가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이냐입니다. 숫자가 받쳐주지 않고 스토리만 있는 기업들인 만큼 제대로 기업가치를 분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자기업이지만 지난 5월 상장에 성공한 큐라티스는 현재 주가가 공모가 4000원을 밑도는 3140원까지 내려왔습니다. 또 다른 적자 상장기업 씨유박스도 주가가 공모가 1만5000원보다 아래인 9820원 수준을 오가고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공모자금으로 웃을 수 있겠지만 투자자들은 손실을 본 셈입니다.
물론 적자기업들도 그 나름의 성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상장심사를 통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숫자가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을 시장에 노출시키는 것 자체가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주식투자 자체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질의 자원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국내증시에 왜 투자하느냐"는 냉소적인 시선을 바꾸는 시작이라고 봅니다.
김병덕 증권부 부장 cynical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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