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예보료 매년 年1조원 부담...업계 “부과체계 개선해야”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10. 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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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순이익 20% 예보료 납부
5개사는 예보료가 순이익보다 많아
계약이전 등 안전장치 충분한데도
예보료·기금 ‘한도’ 없어 세계 최대 수준
“업권 특성 고려해 예보제도 개선해야”

국내 보험사들이 최근 5년간 매년 1조원이 넘는 예금보험료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은 예금보험료(예보료)를 내는 보험사도 등장하는 실정이다. 외환위기 때 은행을 중심으로 설계된 예금보험제도를 보험업권 상황에 걸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예금보험공사(예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보·손보사들이 올해 예보료로 부담할 금액은 1조937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보다(1조574억원)보다 3.43% 증가한 수치다. 보험사들은 지난 5년간(2018년~2022년)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예보료를 지출했다.

예보료란 금융기관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고객들의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될 상황에 대비해 예보가 금융사로부터 걷는 법정 부담금이다.

예보는 예금보험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금융업권의 예보료 체계도 예금자보호한도와 마찬가지로 현상 유지로 결론을 내렸다.

보험사의 예보료는 책임준비금과 수입보험료의 산술 평균에 보험사의 예보료율을 곱해서 산정한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장래 보험금지급 청구·해약금 등 보험계약상 책임이행을 위해 적립하는 금액이다. 보험 상품 특성상 장기계약이 많다보니 책임준비금은 단순 누적되는데다 예보료율(0.15%)도 은행보다(0.08%) 2배 가량 높다보니 예보료가 불어나는 구조다. 생보사의 당기순이익 대비 예보료 비중은 최근 5년간 평균 20.5%로 은행(16.6%)보다 4%포인트 높았다. 작년 생보사 22개사 중 5개사는 납부해야하는 예보료가 순이익보다 더 많았다.

보험사의 예금보험기금을 과도하게 쌓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매년 누적 증가하는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예금보험기금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적립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부실이 발생한 보험사의 계약을 우량사가 모두 인수하는 계약이전제도를 통해 소비자 예금을 전액 보호하는 등 안전 장치를 마련해뒀다”며 “은행과 달리 대규모 해지나 뱅크런 가능성도 낮은데도 매년 예보료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들은 보험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독립된 제도와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 예금보험기금과 예보료에 한도를 정해두고 있으며, 기회비용을 감안해 사후 갹출을 하거나 사전적립과 혼합해서 적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보료도 보험사의 경영여건와 성장성을 나타내는 수입보험료를 중심으로 걷는다.

국가별 생명보험사의 예보료를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은 6588억원으로 보험 강국인 일본(3000억원), 영국(556억원), 프랑스(48억원) 등 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100배 이상 많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국내 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 시장 개척과 신성장 동력 창출 등에 나선 보험사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보도 고민이 많다. 부실에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기금을 충분히 확보해야하는데다 보험사 등 특정 업권에서 예보료를 줄이면 다른 업권에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은행 위주의 예금보험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항석 성균관대 보험계리학 교수는 “보험사 특성을 반영해 목표기금과 예보료 산출 기준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며 “과도한 예보료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은 “은행 중심 예금 위주의 예보제도가 보험・증권사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채 20년간 지속되고 있다”며 정기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수용성을 높인 새 부과체계 논의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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