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퇴행, 시대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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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주주의가 이토록 허약했던가.
민주주의는 '자유'라는 관사를 쓴 괴물이 비틀고, 야당·비판언론·시민단체·노조는 반국가 집단으로 매도되고, 남북관계는 살얼음판,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는 일본과는 준군사동맹, 중국·러시아에는 적대시,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로 가진 자 우대하고, 미운 털은 인디언 기우제, 예쁜 털은 꼭꼭 숨거라, 우리의 선진국 터전이 이토록 유약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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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왜냐면] 김삼웅 | 전 독립기념관장
정치는 통치
법치는 검치
내치는 압치
외치는 국치
협치는 대치
염치는 몰치
가치는 망치
우리 민주주의가 이토록 허약했던가. 4·19혁명으로부터 촛불시위까지의 장엄한 민주화가 사람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허물어지는가.
민주주의는 ‘자유’라는 관사를 쓴 괴물이 비틀고, 야당·비판언론·시민단체·노조는 반국가 집단으로 매도되고, 남북관계는 살얼음판,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는 일본과는 준군사동맹, 중국·러시아에는 적대시,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로 가진 자 우대하고, 미운 털은 인디언 기우제, 예쁜 털은 꼭꼭 숨거라, 우리의 선진국 터전이 이토록 유약했던가.
인사는 망사
역사는 역사(逆史)
정사는 도사
검사는 검사(劍士)
육사는 욕사
노사는 노사(勞死)
민주주의는 주권재민·다당제·권력분립·언론자유·법치주의·대의제의 종합 세트, 인류가 창출한 최선의 정치제도다. 여기에 특정한 관사나 부사를 붙이면 본질이 훼손된다. 마치 참기름에 ‘진짜’ ‘순수’ 따위는 가짜임이 분명하듯이.
이승만의 일민 민주주의
스티코푸(미소공동위원회 소련대표)의 자유 민주주의
김일성의 인민 민주주의
박정희의 민족적 민주주의
푸틴의 주권 민주주의
국회의 법률은 시행령이 잡아먹고, 국가 감찰기관인 검찰·감사원은 어용화되고, 실패한 이명박(MB)정권의 퇴물들과 극우들이 칼춤을 추고, 골백번 외치는 ‘자유’는 언론·집회·노조의 숨통을 조인다. 중국 후한 시대 유소(劉劭)의 ‘인물지’에 ‘밖으로 드러난 9가지 징험’이다.
곧으나 온유하지 못하면 나무토막처럼 고집스럽게 되고
굳세지만 이치에 밝지 못하면 어리석게 되고
기가 드세지만 맑지 못하면 영악해지며
성격은 화통하지만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면 들뜨게 된다
‘출사표’에 담긴 공정과 상식은 사라지고 설익은 ‘가치’와, 평등·공화·정의와 함께 묶지 않으면 방종에 빠지는 ‘자유’의 깃발만이 나부낀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1930년대 파시즘의 대두를 우려하면서 ‘제2의 강림’에서 쓴다.
점점 커져가는 나선의 원추를 맴돌며
매는 매 주인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사물은 조각나 무너져 내리고, 중심이 버티지 못한다
혼돈만이 세상에 풀려나고
피에 물든 조수가 범람한다
도처에 순박함의 의례는 익사하고
착한 사람들은 자신이 없고
나쁜 자들은 뜨거운 정열에 차 있다
‘죽음으로 죽음이 덮이고 통곡이 또 다른 통곡으로 갈마드는’(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대, 통치·검치·망치가 가치로 둔갑하는 시대에 선현(조광조)의 ‘지치’(至治)를 알았으면 한다. “치국하려면 먼저 제가하고 제가하려면 먼저 수신을 해야 한다. 수신하기 위해서는 또한 먼저 정심(正心)·성의(誠意)·지지(至知)·격물(格物)을 해야 한다.”
조광조의 지치주의 근간은 아첨배와 소인을 멀리하고, 언로의 개방이다. “언로가 통하고 막히는 것은 국가에 가장 크게 관계된다. 통하면 다스려지고 편안하고, 막히면 어지럽고 망한다. 군주는 언로 넓히기를 힘써서 위로는 공경백관으로부터 아래로는 여항시장의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왕조시대에도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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