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진정되던 국제유가…'중동 화약고' 폭발에 다시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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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7% 넘게 급락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 국채 금리가 지난주에 이어 급등할 경우 미국 경기의 전반적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WTI 11월 인도분 선물은 9일(현지시간) 오전 한때 전 거래일 대비 4.09% 급등한 배럴당 86.18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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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대리전으로 확전 땐
이란 원유 수출제재 가능성
석유 수송 요충지도 막힐 위기
다우·S&P·나스닥 선물 동반하락
美, 국채금리 더 뛰면 부담 커져
지난주 7% 넘게 급락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시장은 고금리에 따른 경기 둔화로 유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으로 확전할 경우 유가 상승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요일 미국 뉴욕증시 개장을 앞두고 다우존스·S&P·나스닥 선물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가 지난주에 이어 급등할 경우 미국 경기의 전반적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급등 지속될지 촉각
WTI 11월 인도분 선물은 9일(현지시간) 오전 한때 전 거래일 대비 4.09% 급등한 배럴당 86.18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선물은 3.77% 오른 배럴당 87.77달러에 거래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 생산량이 극히 적거나 없다. 그런데도 유가가 급등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원유 생산량이 미미하더라도 이들 국가가 지정학적으로 산유국 인근에 있다는 점이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으로 전쟁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하는 데 이란 안보 당국자들이 도움을 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하루 60만 배럴에서 최근 하루 32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 만일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어떤 형태로든지 도움을 준 것으로 확인되면 원유 수출이 제재받을 수 있다. 에너지 투자 회사 비종인터레스트의 조시 영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가 WTI 기준으로 배럴당 5달러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망했다.
세계 수출의 4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오만과 이란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수송의 요충지로 꼽힌다. 밥 맥널리 래피든에너지그룹 사장도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이 유가를 5~10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가지수 선물 일제히 하락
주가지수 선물은 일제히 하락했다. 9일 오전 3시 기준 다우존스30 선물은 23,410.00으로 전장보다 189포인트(0.57%) 하락했다. 나스닥100 선물은 15,011.50으로 99.5포인트(0.65%) 떨어졌다. S&P500 선물은 4312.75로 0.66% 내렸다.
뉴욕 월가에선 유가 급등이 또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지난 6일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예상치의 두 배 가까이 되는 33만6000개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여기에 유가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면 물가상승률이 다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난주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할지도 관건이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연 4.7%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길게 가져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려서다. 미국 연방정부가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국채 발행량을 늘린 것도 원인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여파로 인한 유가 변동성과 안전자산 수요에 따른 채권 가격 변화가 증시 및 채권시장 등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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