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이균용 낙마, 다수당 횡포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정치권의 전쟁 같은 대결 구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은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 여의도 정치권의 현실 인식 불감증은 위태로울 지경이다. 특히 지난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부결로 인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법부까지 불안정성과 불확정성이 확대되는 순간이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2~3개월 동안은 대법원장 공백 국면이 발생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교체되는 대법관 임명까지 늦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게 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가 특정 연구회 출신의 등용문으로 질타를 받았고, 많은 재판이 지연되고 재판 결과가 정치적 영향을 받는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는데, 현 정부 들어서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추가적으로 초래될 위협적인 공백 순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대치 국면에서 당론으로 부결을 결정하고 공개적으로 이균용 후보자의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의한 사법 리스크뿐만 아니라 앞으로 감당해야 할 많은 재판이 있기 때문에 다수당이 의원 수를 무기로 사법부에 힘을 보여준 정치적 시위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균용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 거부는 마땅한 것이었을까.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지명되었을 때부터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후보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주장과 진영 간 대결 구도 속에서 '반윤 정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의 자질을 사법부 수장이라는 관점보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비중이 더 컸다는 의미다.
KBS와 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25~2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국회가 인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32.4%, '국회가 인준안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44.1%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 여론이 비록 높기는 하지만 국민 여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거나 압도적인 비율은 아닌 것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지적은 주로 3가지였다. 재판 판결에 대한 형평성, 배우자 재산의 미등록 제출, 아들의 인턴 채용 의혹 등이었다. 우선 재판 판결은 판사의 양심에 따른 결정이므로 시비를 거는 게 적절하지 않다. 배우자의 비상장 주식 재산 미등록 제출은 비판하고 비난받을 일이지만 불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면 유감 표명으로 받아들여질 사안이다. 아들의 인턴 채용은 불공정하게 볼 수도 있다. 이 후보자가 깔끔하게 사과를 했으면 좋았을 일이다.
그런데 인준을 거부할 정도일까.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나중에 배우자가 실형을 받은 불법적 사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명되었고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재임 시 논란이나 법조계 중요 직책인 역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헌법재판소장 그리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과 비교하더라도 결정적인 낙마 사유로 삼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대목이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윤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하는 인물이었다면 민주당은 작정하고 적극적으로 인준을 해 주었을까. 여야 대치 국면에서 다른 구실을 붙여 낙마 근거를 만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윤 대통령이 더 철저한 사전 인사 검증을 통해 흠결이 없는 '무공해, 무이념'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 좋겠지만 아무리 그렇게 하더라도 아예 미운 털이 박혀 버리면 누구라도 임명받기는 불가능하다.
윤 정부에서 민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탄핵 소추안을 가결해 6개월 간 직무를 마비시켜버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국정감사 이후 탄핵 소추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수당의 횡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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