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S·효성 낳은 승산마을…창업주 33명 한동네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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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찾은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이곳엔 LG와 GS그룹을 창업한 구인회, 허만정 등의 생가(生家) 10여 개가 몰려 있다.
허 창업회장의 우국애민,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인화경영,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인재경영,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회장의 인본주의 등도 궤를 같이한다는 설명이다.
삼성, LG, GS, 효성 등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 기업이 잇달아 태동하게 된 것은 이 마을에서 맺은 인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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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기업가정신의 뿌리를 가다
LG·GS 창업주 생가 독특한 구조
집 입구에 우물…"마음껏 써라"
마을 주민에게 곡식 나눠주기도
이윤보다 나라와 이웃 먼저 생각
지난 5일 찾은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이곳엔 LG와 GS그룹을 창업한 구인회, 허만정 등의 생가(生家) 10여 개가 몰려 있다.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끈 재계의 산실(産室)이자 주요 대기업의 뿌리인 셈이다. 이 마을은 만석꾼 두 가구, 오천석꾼 두 가구 등 천석꾼 이상 열여섯 가구가 몰려 있어 ‘부자 마을’로도 통한다. 600년 전 김해 허씨 집성촌이던 이곳에 300년 전부터 능성 구씨가 이주하며 겹사돈을 맺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K기업가정신의 태동지
이 마을의 창업회장 생가엔 다른 양반마을과 다른 특징이 있다. 통상 안채 근처에 두는 우물을 사랑채 또는 입구 근처로 빼놓은 점이다. 농사를 짓는 소작인과 마을을 찾는 손님이 주인집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물을 쓰라는 취지다. 당시 지체 높은 양반 가문에서는 파격적인 집 구조였다.
허만정 GS 창업회장의 아버지인 허준 생가엔 어지러이 쌓인 돌무덤이 있다. 춘궁기 마을 주민에게 곡식을 나눠주는 대가로 인근 방어산에서 가져오게 한 돌이다. 노동의 대가 없이 구휼에 나서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정희 K기업가정신센터 해설사는 “허준의 선행을 기리는 의미에서 ‘승산마을 금강산’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허준이 적은 유언인 ‘허씨의장비’엔 친족, 빈민, 국가를 위해 재산을 기부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담겨 있다. K기업가정신센터는 이를 한국식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뿌리로 해석하고 있다. 허 창업회장의 우국애민,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인화경영,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인재경영,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회장의 인본주의 등도 궤를 같이한다는 설명이다.
축구하던 아이들이 공동 창업자로
삼성, LG, GS, 효성 등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 기업이 잇달아 태동하게 된 것은 이 마을에서 맺은 인연 덕분이다. 이병철 회장은 어렸을 때 허순구 회장과 결혼한 둘째 누나 이분시의 집에 머물며 지수초를 다녔다. 구인회 회장은 15세까지 할아버지 구연호를 통해 한문을 배운 후 지수초에 1회로 입학했다. 이때 배운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敬義)’ 사상이 구 회장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함안군에 살던 조홍제 회장은 지수초에 자주 놀러 왔다. 구인회, 이병철 회장과 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축구를 즐겼다고 한다. 최 해설사는 “1980년대 기준 100대 기업인 중 33명이 지수초 출신”이라고 말했다.
허만정은 옆집에 살던 구인회가 1947년 LG그룹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을 창업할 때 자금을 지원했다. 전체 자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돈을 보냈다고 한다. 또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회장과 함께 이병철 회장이 1948년 삼성물산을 일으킬 때 투자금을 댔다. 그가 한국의 ‘원조 벤처캐피털(VC)’로 불리는 이유다. 조 회장은 1962년 효성물산을 설립하며 그룹 기틀을 세웠다.
사업보국에 기반을 둔 K기업가정신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90개국, 5000여 명의 학자와 기업인 등을 회원으로 둔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는 지난 7월 승산마을을 찾아 이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용균 진주시 K기업가정신팀장은 “기업가정신을 떠올리면 보통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또는 도전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며 “최근엔 학자들 사이에서 K기업가정신의 사업보국, 우국애민, 인재경영 등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진주·함안=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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