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세청 ‘모두채움’ 서비스 미비… 실제보다 세금 더 낼 수도”

김주영 의원, 과오납 우려 제기
2023년 자영업자 등 640만명 대상
세액 미리 계산… 서면·모바일 제공
“일부 소득공제 등 금액 반영 안돼”
“내야할 세액보다 많아” 다수 발견
안내 세액, 확정치 아닌 예측 금액
김주영 의원 “납세자엔 알림 없어
최소한 ‘확정액 아니다’ 명시해야”

경기도에 사는 A씨는 지난 5월 국세청으로부터 모두채움 서면 안내서를 받았다. 그는 세금을 내기 전 거래하던 세무사를 통해 납부세액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국세청이 서비스한 납부할 세액이 정확할 것으로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세청으로부터 ‘안내받은 세액’은 49만9000원이었는데, 세무사를 통해 확인한 실제 세액은 42만6000원이었다. 신고금액을 재확인하지 않았다면 약 7만원가량의 세금을 과오납할 뻔했던 것이다.

국세청이 서비스하는 모두채움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모두채움은 납세자가 납부할 세액을 미리 계산해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모바일과 서면을 통해 안내되는 모두채움 서비스에 납부할 세액으로 안내된 액수가 실제로 내야 할 세액보다 많다는 주장이다.

사진=뉴시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종합소득세 신고자들의 모두채움 안내문상의 ‘납부할 세액’과 실제 세무사를 통해 계산한 납부 세액에 차이가 있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모두채움 서비스는 올해부터 소규모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간병인 등 총 640만명에게 제공됐다. 2015년 귀속기준 157만명 수준이던 모두채움 안내 대상자는 노동환경이 변화하면서 인적용역 사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 2021년 귀속분에는 497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모두채움 안내 대상이 늘면서 과오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내서상 납부할 세액은 확정치가 아닌 예측 금액이지만,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추가 확인을 하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김 의원실은 다수 사례를 비교한 결과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보장성 보험, 의료비 세액공제, 연금 세액공제 등 일부 소득·세액공제 금액을 반영하지 않고 납부세액이 안내된 경우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모두채움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모두채움 안내문(서면 및 모바일)에 납부할 세액이 확정치가 아니라는 알림이 없는 것도 문제다. 안내문에 적혀 있는 세액을 세금 고지서처럼 확정된 세액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신고·납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득세제는 납세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계산해 신고·납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영세 납세자를 돕기 위한 모두채움 서비스가 과오납 오류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납세자가 모두채움의 잘못된 안내로 인해 세금을 과오납할 경우 구제를 받을 방법은 스스로 수정신고를 통해 경정청구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김 의원은 “모두채움 계산 오류로 납세자가 세금을 과오납하는 경우 나중에 추가로 발생되는 세금이나 이에 대한 가산세에 대한 책임소지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경정청구가 인용됐을 때 국세청이 환급가산금을 지급해야 할지 등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며 “최소한 모두채움 안내 시 확정금액이 아니라는 문구를 명시해 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