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전쟁으로 불안 커진 국제경제, 철저한 대비책 세워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무력 충돌이 확전일로로 치닫고 있다. 양측 사망자가 하루 만에 1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스라엘은 전쟁을 공식 선언하며 보복공격에 나섰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동지중해로 이동 배치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이 하마스의 공습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면 미국과 이란이 겨루는 국제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이번 사태로 국제유가가 4% 이상 급등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원유 생산지는 아니지만 산유국들이 집중돼 있는 중동 정세의 불안은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또 다른 악재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은 원유의 67%와 가스의 37%를 중동 지역에서 조달한다. 그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아리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와 유가 안정을 위해 원유 증산을 추진했지만 이번 분쟁으로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연 긴급 상황점검회의에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국내 도입에는 당장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이 하마스를 지지하고 나선 만큼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가 강화되거나 직접 공격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천정부지로 뛰게 된다. 한국 기업의 피해도 걱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스라엘에 연구·개발 거점 등을 두고 있고, 현대건설 등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 회복을 예상한 4분기가 시작됐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지는 형국이다.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 급등하는 국제유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7% 올라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연말쯤 3%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번 사태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무역수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주식·외환·채권시장의 급변동도 우려된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금 가격이 1% 가까이 올랐고, 달러화 강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에 악재만 겹겹이 쌓이고 있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책을 가다듬고, 고물가·고금리에 서민과 취약계층이 사지로 내몰리지 않도록 다각도의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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