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삼성맨` 간판떼고 여행서비스 세계로… "할머니도 쉽게 쓸 플랫폼 만들고파"
여행때 느꼈던 어려움 해결할 기업 판단에 '클룩' 창립멤버 합류
창립 9년만에 월방문자 4000만… "지속가능한 여행 더 알릴 것"
그는 취업 시장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삼성맨'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라는 간판을 과감히 떼어내고 배낭여행을 떠났다. 아프리카로, 유럽으로. 그리고 이 여행 경험을 발판삼아 천직을 찾았다. '삼성맨'을 버리고 '클룩맨'이 된, 여행·레저 이커머스 플랫폼 클룩의 이준호(사진) 한국지사장 이야기다.
서울 서초동 클룩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 지사장은 방금 여행을 마치고 온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마주 앉은 이 지사장은 "주변에서 다들 뜯어 말렸죠"라며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부터 들려줬다.
그는 "특히 아버지는 삼성에 남는 것과 퇴사하는 것에 대한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분석까지 하시며 말리셨고 아버지 친구분들도 저에게 연락을 주셔서 계속 다니라고 하셨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아버지께서 아들이 등장하는 클룩 관련 기사를 친구분들에게 보여주시며 자랑을 하신다"고 말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클룩의 창립멤버로 합류하기 전에 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스마트폰을 다뤘었다.
이 지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갤럭시 노트 기획 팀에서 최첨단 기술을 다루며 즐기면서 일할 수 있었다"면서 "회사를 관두고 배낭여행을 2년동안 했는데 유럽, 아프리카, 인도, 우간다, 모로코, 보스니아, 네팔 등을 다녔다. 50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하려고 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는 스마트폰을 들고 해외 여행을 하는데 정작 폰으로 아무것도 예약이 안되는 경험을 하고 너무 황당했다"면서 "인도에선 종이로 예약을 해야 했고, 유럽에서도 공항버스 예약이 안되는 경험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클룩을 만났을 때, 여행지에서 느꼈던 어려움을 정확히 해결하고 있는 기업이란 생각이 들어 비전을 보고 합류했다"고 전했다.
클룩은 원스톱 여행 플랫폼을 지향하는, 여행과 기술을 결합한 여행테크 기업이다. 여행은 호텔 예약, 항공권 발권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공항 픽업, 어트렉션(놀이기구) 티켓 구매, 심카드 구매 등 현지에서 필요한 것들이 잘 제공돼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 라스트 마일(마지막 구간·최종 목적지) 차별화 서비스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곳이다.
이 지사장은 "현지에서 운영하는 1~2인 사업장의 경우 디지털 혁신이 안 돼 있는 곳이 많아 서비스 이용시 종이 티켓을 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클룩은 그런 부분까지 커버하고 있다. 1500곳 이상 여행지에서 51만개 액티비티 상품을 판매, 23개 지사에서 이를 디지털화해 직접 관리하며 글로벌 라스트마일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대형 OTA(온라인 여행플랫폼)는 주로 하나의 산업, 그러니까 숙박이면 숙박, 항공이면 항공 등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클룩처럼 글로벌 액티비티에 집중하는 곳은 드물다"고 클룩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클룩은 올 겨울 홍콩 디즈니랜드에 새롭게 개장하는 겨울왕국 테마랜드 '월드 오브 프로즌' 단독 상품을 선보인다. 오는 11월 20일 여는 '겨울왕국: 월드 오브 프로즌'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시리즈를 주제로 세계 최초로 홍콩 디즈니랜드에 만들어진 테마랜드다. 클룩에선 프리미어 패키지 상품 '퍼스트 룩 앳 아렌델'과 1시간 조기입장 티켓 등의 단독 상품을 기획했다.
클룩은 액티비티 전문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오며 창립 9주년이 된 현재 전 세계 월방문자수 4000만명에 달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15개 언어와 41개의 결제 통화, 41개의 간편결제 옵션도 지원 중이다.
이 지사장은 "2016년 이후 저가항공 발전과 무비자 확대, 급속도로 발전하는 IT의 영향으로 여행 산업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시장이 큰데, 여기에 SNS 이용이 늘면서 '취향 여행'이 유행하는 흐름이 생겼다. 클룩이 그 흐름을 잘 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 사업을 진두 지휘하는 이 지사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클룩이 한국에 진출한 지 7년이 되는 올해 이 지사장이 직접 관장하는 K-상품 발굴팀인 '뉴뉴팀'이 신설됐고, 본사의 한국 투자 규모도 커졌다.
이 지사장은 "클룩이 한국에 배정한 예산이 전년 대비 수백배 늘었다"면서 "뉴뉴팀을 통해 한국 관련 상품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오징어게임, BTS 등 한류가 급부상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여행자들 또한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장은 한국을 알릴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며 클룩이 여기에 기여할 수 있는데 대해 자부하고 있다. 4분기중에는 해외 여행객이 클룩에서 전국 고속버스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한국관광공사와 '외래 관광객들의 국내 교통수단 이용 편의성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클룩을 포함한 국내 주요 교통 기관·기업 8곳이 함께 하는 사업인데 협약 참여 기업 중 글로벌 OTA로는 클룩이 유일하다. 클룩은 글로벌 회원 풀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의 고속버스 이용 활성화를 위한 홍보를 강화하고, 예약 시스템을 구축해 편리한 고속버스 예약을 도울 계획이다.
클룩에서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이 지사장은 "한번 사는 인생, 저희 할머니도 클룩을 편하게 쓰게 하는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누구라도 클룩을 통해서라면 편하고 즐겁게 여행을 하는 세상이 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과 바다를 찾는 걸 즐기는데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에 도전해보려 한다. 또 유명 다이빙 스폿에서 프리다이빙도 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라도 클룩에서 진행하는 지속가능성 프로젝트를 더 활성화해 지속가능한 여행을 더 널리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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