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AI 탐사기술로 리튬 확보… 핵심광물 新공급망 구축하겠다"

이준기 2023. 10. 9. 1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스터 리튬 원장' 별칭        
광물탐사에 세계 최초 AI 기반 플랫폼 접목
리튬 매장 기대 광산 발견… 내년 본격 탐사
베트남·인니 등 손잡고 해외 공급망 다변화
또 다른 목표는 우주 자원부국  
미래 먹거리 달 자원 탐사에 연구 역량 집중
달 궤도선 다누리에 감마선분광기 탑재 성과
"선진국도 우주 자원 탐사기술 아직 초보단계
韓 강점 ICT·로봇 활용땐 경쟁 앞설수 있어"
지질자원연 제공
지질자원연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선언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리튬 등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액션 플랜과 솔루션을 제시하겠습니다. 나아가 지구 자원탐사 역량을 우주 영역으로 확장해 지구 자원빈국에서 우주 자원부국로 발돋움하는 기틀을 마련하겠습니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 지향하는 목표는 명확했다. 핵심광물 확보와 우주자원탐사 분야에서 기관의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국가적 현안와 이슈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다. 두 분야가 지질자원연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 존재 가치를 보여주는 핵심 연구 분야가 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에서다.

이 원장이 최우선 순위를 두는 핵심광물은 리튬이다. 국내에서 채굴한 '리튬 레피돌라이트(홍운모)' 실물 광석을 외부 행사 때 손수 가지고 가서 리튬 확보 중요성을 알리곤 한다. 이 때문에 'Mr.리튬 원장'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 원장은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쓰이고 있지만, 리튬을 함유한 광물이 많지 않고, 설령 리튬이 있더라도 불순물 형태로 아주 적게 존재하고 있어 채굴하지 쉽지 않다"며 "전기차 수요 급증에 따른 리튬 공급망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핵심광물의 리드오프 격인 리튬 탐사와 확보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지질자원연은 국내 33개 휴·폐광을 중심으로 리튬을 비롯한 니켈, 코발트 등을 찾기 위한 탐사를 시작했고, 일부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리튬 확보는 지질자원연이 창립 이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블루칩이 될 수 있다"며 "핵심광물의 국내 자원 개발과 신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로 기관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튬 등 핵심광물 확보 못지 않게 지질자원연의 미래 먹거리인 우주자원 탐사도 지질자원연 입장에서 놓칠수 없는 연구분야다. 지질자원연은 지난해 우리나라 첫 달 궤도선 '다누리'에 자체 개발한 '달 감마선분광기'를 탑재해 달 자원 조사를 위한 5종의 달 원소지도 제작할 계획이다.

그는 "달 자원탐사는 미국, 유럽, 인도, 중국 조차 초보 단계에 있어 우리의 강점인 로봇과 ICT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 될 것"이라며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지금부터 달 자원 탐사에 주력하면 주도권 선점을 통해 대한민국의 우주자원부국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지진 연구기관' 탈피해 새 브랜드 가치 창출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후위기, 지질재해 등의 이슈가 첨예하게 부각되고, 자원패권 경쟁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유일의 지질자원 분야 국가 연구기관인 지질자원연이 이 모든 것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질자원연의 R&R(역할·책임)은 육상·해저 지질조사, 지하자원 탐사·개발·활용, 지질재해·지구환경변화 대응 기술 연구개발 및 성과 확산이다.

이 원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처한 최근 상황이 지질자원연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들은 '지진' 연구만 하는 연구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최근의 글로벌 이슈와 현안을 보면 우리 연구기관이 담당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에 해당하는 것들"이라며 "만약 국가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위기가 될 것이고, 반대로 좋은 성과를 내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잘 할 수 있는 연구, 해야 하는 연구, 잘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기초연구를 넘어 실용연구를 강화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춰 기관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 원장은 "지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기관으로,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지난 100년의 역사 위에 앞으로 100년을 준비할 수 있는 토대를 놓는 데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AI 기반 탐사기술로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추진

이 원장은 취임 이후 국가 차원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어떻게 다변화할 지 고민을 거듭했다. 우선, 희소금속 연구 전담조직으로 '희소금속광상연구센터'를 신설했다. 국내 광물자원 탐사와 국제공동연구라는 투 트랙으로 2030년까지 지질자원연 주도의 핵심광물 신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내 휴·폐광 광산을 대상으로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에 대한 탐사에 본격 나섰다.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국제공동연구 국가를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서호주, 나이지리아, 캐나다 등으로 확대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는 주로 철, 구리, 아연 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지금처럼 중요성이 커진 리튬과 같은 희소금속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탐사 시도 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많은 나라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리튬광산을 찾은 나라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경북 울진은 리튬 페그마타이트 광상이 나오는 곳인데, 1960년대 이후 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세한 매장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이 원장은 자체 확보하고 있는 다양한 지질·광물자원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마이닝 플랫폼을 구축해 울진을 포함해 리튬 매장 가능성이 높은 광상을 찾아냈다. 세계 최초로 광물자원 탐사에 AI 기반 디지털 플랫폼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그는 "전국 규모의 광물자원 운소 분포도인 '지구화학도'와 지질도, 단층, 암맥 등 다양한 국내 지형도, 여기에 광물자원 탐사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탐사에 착수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국내 광산에서 희소금속을 확보하는 데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K-탐사기술' 무기로 해외 협력국을 '中 대항마'로 육성

이 원장은 지난해부터 활발한 국제협력을 통해 리튬 등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재편하려면 자원 부국과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해외 협력국가에서 핵심광물을 채굴해 국내로 들여오는 것에서 탈피해 우리의 기술을 이전해 현지에서 소재화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국제협력 전략을 꺼냈다.

그는 "우리의 협력 국가들은 우리 우수한 선광·제련 기술을 활용해 자원을 탐사·개발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우리의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자원을 소재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국제협력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협력국가들을 우리의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중국 대항마로 키워 새롭게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해외 협력국가들이 현지에서 선광·제련을 함으로써 국내에 미치는 환경오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기술이전에 따른 기술료도 확보하는 등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이런 전략은 서서히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시아에서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협력해 삼각공조를 구축해 핵심광물 안정적 확보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투자 의지를 밝히며 핵심광물 재활용 기술개발 플랜트 건설에 우리의 기술 이전을 요청해 기술 수출이 머지 않았다.

카자흐스탄과는 리튬 유망 광구에 대한 탐사를 진행키로 했고, 호주와 캐나다 등 선진 자원부국과는 핵심광물 탐사와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국가인 나이지리아도 지자연에 공동연구를 제안해 옴으로써, 우리나라의 핵심광물 공급망이 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기반으로 전 세계로 확장해 가고 있다. 지질자원연은 올해 말 해외 협력국가들을 한국에 초청해 산업계와 함께 세미나를 열어 자원기술 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선진국과 기술격차 없는 '우주자원탐사' 주도권 잡아야

이 원장은 우주자원탐사 분야는 우리가 선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달에 가기 위한 발사체 분야는 우리의 기술적 역량이 추격형에 속하지만, 달 자원탐사 분야는 로봇, ICT 등 첨단 기술에 장점을 가진 우리나라가 지금부터 국가 차원의 집중 투자가 이뤄지면 이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질자원연은 16년 전부터 지구 밖 광물자원 탐사를 위한 행성지질 연구를 수행해 왔고, 광물자원분야와 연계해 우주현지자원활용(ISRU)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그 결실로 지난해 8월 달 궤도선 '다누리'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감마선 분광기를 탑재해 블랙홀 생성과 관련한 감마선 폭발 측정을 포함해 심우주 감마선 분광자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원장은 "달에서 물, 산소, 얼음 등과 같은 원소가 확인되면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광물자원 탐사, 개발 기술을 달 현지에 적용해 헬륨3, 희토류, 희소금속 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달 자원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와 활용이 가능해지면 '지구 자원빈국'이라는 자조적 설움을 떨쳐 버리고, '우주 자원부국'으로 변모해 미래 100년의 먹거리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2050년 달과 화성에서 우주광물자원 탐사를 목표로 지질자원연 중심의 우주경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2050 우주경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저장·폐배터리 재활용으로 기후위기 맞서야

이 원장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과 자원 재활용 분야에 역량을 쏟고 있다. 그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질자원 기후변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우리 연구기관의 임무다. 그 중에서 이산화탄소 저장(CCS)과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전북 군산에서 200㎞ 떨어진 서해 군산분지에서 대규모 CCS 후보지를 찾아냈고, 실제 1억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시추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출항하는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 '탐해3호'를 이용해 보다 정밀한 탐사를 진행하고, 국내 대륙붕에서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추가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자원 재활용 분야에선 전기차의 폐 배터리 재활용 사업화를 위한 플랜트를 국내 산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에 따라 전기차의 미국 수출을 위해 배터리 원료 재활용 기술의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와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파일럿 규모의 플랜트를 짓고 실증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성일하이텍에는 폐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이전하고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원장은 "기후위기·탄소중립은 지질재해와 자원 재활용 관점에서 우리 연구기관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 만큼 70년 이상 축적해 온 오랜 역사와 역량을 총결집해 국가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겠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