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무용지물 아이언 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면서 상시적인 로켓 공격의 위협에 놓였다. 하마스가 2000~2008년 이스라엘 남부로 쏘아댄 로켓탄은 8000발이 넘었다. 하마스가 제조한 로켓은 명중률이 낮고 불발탄이 많은 조악한 수준이지만 공격이 빈발하면서 이스라엘에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로켓 성능이 점차 개선되면서 이스라엘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 행정 중심지인 예루살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가 타격 범위 안에 들어왔다.
이스라엘은 2007년 로켓탄을 돔 형태로 둘러싸 요격하는 방공시스템 ‘아이언 돔’ 개발에 나서 2년 뒤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방어 범위는 4~70㎞, 최대 고도는 1만m였다. 실전 배치 한 달 뒤인 2011년 4월7일과 8일 남부 도시 아슈켈론으로 날아온 로켓 5발을 모두 요격해 위력을 과시했다. 기술이 축적되면서 방어 미사일 사거리가 100㎞ 이상으로 확장됐다.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의 요격률이 90%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아이언 돔이 하마스의 로켓을 불꽃놀이 하듯 명중시키는 영상을 공개하며 성능을 자랑한 적도 있다. 아이언 돔은 ‘철통 방어’의 대명사로 불렸고, 아제르바이잔과 인도 등에도 수출됐다.
그 아이언 돔이 뚫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첫날 하마스가 20분간 5000발 이상의 로켓을 쏘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아이언 돔 레이더는 분당 최대 200개의 표적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마스가 소나기 공격으로 동시 대응 능력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아이언 돔의 무적 신화도 무너졌다.
한국군은 2010년 연평도 포격전 후 아이언 돔 도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시간당 최대 1만6000발을 쏠 수 있는 북한의 로켓 발사 능력이 하마스보다 월등해 한반도 상황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도입을 포기하고, 독자 개발에 나섰다. 군은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불리는 북한 장사정포 요격체계를 2026년까지 전력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비해 방어지역이 넓고 비용도 막대하다. 아무리 촘촘히 짠다고 해도 완벽한 방어시스템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언 돔’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쌓는 평화가 더 우수한 방어체계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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