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법인세 이어 소비세도 인하 저울질···美, 'TCJA 연장' 논쟁

송주희 기자 2023. 10.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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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What]···美·日·英, 정권 재창출 위기에 '감세 카드'
日 기시다 '성장결과 환원' 내세워
개인 대상 소득세 인하도 거론돼
英 보수당 세제혜택안 공약 준비
수낵, 인플레·경제위기 의식 신중론
美, 내년 감세법 종료에 갑론을박
바이든 "40만弗 이하 稅인상 방지"
[서울경제]

2024년은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잇따르는 ‘정치 빅뱅의 해’다. 미국 대통령 선거(11월)와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9월), 영국 총선(연말) 등이 실시된다. 민심을 잡으려는 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권에 재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영국과 일본 역시 지지율 부진에 시달리는 현 정권이 총선으로 재집권을 노린다. 고물가로 인한 시름과 여론 악화에 직면한 ‘위기의 현 집권 세력’들은 지지율 반전 및 정권 유지를 위해 각종 세금 인하를 비롯한 ‘감세’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내년 가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자민당 내부에서 감세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미 각종 경제 대책을 발표하며 ‘성장의 성과인 세수 증가를 국민에게 적절하게 환원한다’며 감세 의욕을 내비쳤다. 아직은 기업용에 한정돼 있지만 중의원 해산 및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권에서는 개인이 혜택을 실감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감세를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민당과 연립 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은 소득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으며 자민당의 일부 의원들은 10월 말까지 정부가 내놓을 경제 대책에 소비세율 5% 한시 인하를 담아달라고 제언했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기시다 총리의 ‘세수 증가 환원’ 발언에 대해 “충분한 재원적 뒷받침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이전 정권의 소득 감세 사례를 소개하며 “효과가 크지 않고 취소하는 데만 10년 가까이 걸렸다”는 재무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세수는 3년 연속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올해는 69조 4000억 엔(정부 전망)보다 많은 79조 엔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수와 별개로 매년 초과 예산을 편성해 정부 부채인 국채 잔액이 이미 1000조 엔을 넘었다”며 “세수가 늘었다고 환원할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기의 정권’을 둘러싼 감세 논의는 영국도 마찬가지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최근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 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감세는 인플레이션을 절반으로 낮춰 국민들의 생활비를 줄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과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당내 요구에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은 지지율이 야당인 노동당에 크게 뒤처지자 세제 혜택안을 총선 공약으로 거론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내 세금 비중이 33%에 달하는 살인적인 물가 상황에서 여론을 잡을 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수낵 총리는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뒤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로 조기 낙마한 것을 의식해 감세 카드 발표에 신중을 기해왔다. 상속세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4%도 안 되는 국민만이 수혜 대상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역시 “감세는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을 우선으로 내세우고 있어 정부와 노동당의 ‘감세이몽’은 마찰음을 낼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선에서도 감세는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2017년 공화당이 발의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일명 ‘트럼프감세법(TCJA)’이 2024년 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미국에서는 이 법의 연장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이 법안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율은 구간별로 2~3%포인트 내리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공화당이 연장을 약속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실패한 정책이자 부자를 위한 부당한 혜택’이라고 날을 세웠지만 미국에서는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이 법의 상당 부분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은 이미 40만 달러 미만 소득자의 세금 인상 방지 등을 비롯해 사실상 주요 가구에 대해 트럼프감세법 연장과 다름없는 제안을 한 상태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 연장을 놓고 선거 기간 동안 민주·공화당이 과장된 싸움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싸움은 이미 끝났다”며 “세금 감면이 다시 승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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