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의존 줄이자” 빅테크 AI반도체 개발 붐에 삼성 등 국내는?

김은성 기자 2023. 10. 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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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자체 개발에 나서며 ‘탈 엔비디아’를 시도하고 있다. AI 경쟁력을 높이려면 AI 반도체 칩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데, 엔비디아가 반도체 시장을 독점해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서다.

자체 AI칩을 개발하는 곳이 늘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같은 국내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다음달 자체 개발한 AI용 반도체를 공개한다. IT 매체 더인포메이션 등 외신은 MS가 오는 11월 열리는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AI 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7일(현지시간) 밝혔다. MS는 2019년부터 ‘아테나’(Athena)라는 코드명으로 AI 칩을 개발해 왔다.

해당 칩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유사한 형태로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기본 기술인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이터센터 서버 구동을 위해 설계됐다. MS는 “자체 칩 개발로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 부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생성형 AI 훈련에 필요한 AI 반도체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LLM을 구동하려면 수천개 칩이 필요한데, 엔비디아 AI 칩인 H100은 개당 3만 달러(약 4000만원)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사재기 현상으로 가격이 올라 ‘금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444억 달러에서 오는 2027년 1194억 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할 예정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AI용 반도체의 자체 개발을 검토해 칩 개발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AI 반도체 부족이 챗GPT 발전을 억제하고 있다”며 “AI 반도체 확보가 회사의 최우선 과제”라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오픈AI는 개발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체 개발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구글과 메타도 자체 AI 칩을 개발했다. 아마존은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안나푸르나 랩스’를 인수해 지난해 AI 칩 ‘인퍼런시아’ 등을 선보였다.

이들의 행보는 AI 칩에 필수적인 메모리반도체인 HBM과 GDDR D램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에 얽매여 있다가 공급처가 늘어나면 가격 협상에 유리해져다.

리벨리온과 사피온, 퓨리오사AI 등 국내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에게도 기회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제품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리벨리온과 공동 개발에 이어, 캐나다의 AI 반도체 유니콘 ‘텐스토렌트’의 첨단 AI 칩을 미국 공장에서 위탁생산(파운드리)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AI 투자를 늘리는 SK텔레콤의 팹리스 자회사 사피온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이 무주공산인 데다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면서 엔비디아가 장기적으로 독점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봤다. 이어 “엔비디아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시도로 시장이 성장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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