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더 옥죌까 … 불확실성에 금·달러·엔화로 쏠림 조짐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10.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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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 긴장 고조
장기전땐 에너지수급 비상
천연가스 공급도 차질 우려
금값도 하루새 1% 넘게 올라
유럽증시는 일단 관망세

◆ 新중동전쟁 위기 ◆

이스라엘 보안군이 8일(현지시간) 남부 스데로트의 한 검문소에서 무장한 차량 뒤에 자리를 잡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하마스 대원들은 침투를 위해 이스라엘 남부 검문소를 공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이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양측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곧바로 유가가 출렁였고,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금과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를 비롯한 안전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다만 과거 무력 충돌에 비해 시장은 일단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전쟁이 본격화하고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9일(현지시간) 오전 세계 금융시장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한국과 일본 증시는 휴장했고, 홍콩도 태풍 영향으로 오후에 개장했다.

중동발 무력 충돌에 가장 민감한 유가는 장중 한때 5%대까지 상승했다.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아시아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3.48% 상승한 배럴당 85.6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역시 전일 대비 3.12% 오른 배럴당 87.25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이날 오전 한때 전일 대비 배럴당 가격 증가율이 5%에 달하기도 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뒤 그동안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 침체로 인해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서 세계 최대 원유 산지인 중동지역 정세에 변동성이 커졌다.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를 생산하지 않지만 산유국인 이란이 전쟁에 연관된 모양새라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란 외무부가 하마스의 침공을 지지한 터라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가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를 강화할 수도 있다.

국제정세가 혼란에 휩싸이자 금이나 달러화 같은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아시아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1850달러대로, 전일 대비 1%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인베스팅닷컴 자료를 보면 달러지수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날 대비 46bp 상승한 106.46으로 나타났다. 달러지수는 유로화를 포함해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다. 다만 전체적으로 볼 때 사태 초기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외환시장도 차분한 분위기다. 미 달러화와 엔화가 큰 움직임 없이 동반 강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화값은 소폭 약세를 나타내며 9일 오후 3시 30분 현재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달러당 1351.9원 수준에서 호가 중간값이 형성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충돌이 중동 전쟁으로 비화하거나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벡 다르 호주 커먼웰스은행 원자재 분석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이 이란에 책임을 돌리면 이란의 석유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게 되는데, 이에 따라 전 세계 원유 공급의 0.5~1%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지인 타마스 가스전이 전장과 가깝다. 이스라엘이 가스전을 폐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무력 충돌 여파로 이스라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주가와 금리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중앙은행은 자국 화폐 셰켈의 급락에 대응하기 위해 총 450억달러(약 60조93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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