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경청, 집중, 이해의 멘토링

여론독자부 2023. 10. 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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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가 되면서 결심한 것 중 하나가 어떤 모임에서든 n분의 1 분량을 넘겨 말하지 않기였다.

2명이면 2분의 1, 3명이면 3분의 1 분량 이상 말하지 않으려고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참았다.

1시간 분량 중 필자가 말하는 시간은 많아야 15분 정도다.

"주변에서 '창업자 멘토링은 김 대표님'이라고 말하던데 경험해보니 알겠다"는 반응에 처음에는 의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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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
[서울경제]

당신은 n분의 1을 지키지 못하는 말 많은 아재인가요?

50대가 되면서 결심한 것 중 하나가 어떤 모임에서든 n분의 1 분량을 넘겨 말하지 않기였다. 2명이면 2분의 1, 3명이면 3분의 1 분량 이상 말하지 않으려고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참았다. 나이 들수록 할 말이 왜 그리 많은지. 대화 상대가 단어 하나만 꺼내도 상념 수십 가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번에 새끼를 쌍둥이로 치니 할 말은 끝이 없고 시간은 모자란다. 그래서 상대방보다 말을 적게 하기로 결심하고 7~8년을 지냈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사업을 시작한 창업자를 만나 멘토링을 한다. 맡은 일이 창업자 성장을 돕는 일이다 보니 이런 만남이 잦다. 회사 이름과 아이템만 들어도 할 말이 너무 많이 떠오른다. 처음 멘토링을 할 때는 떠오르는 생각을 여과 없이 전했다.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냉담했다. “사업에 대해 다 들어보지도 않고 평가하는 멘토에 대해서 실망입니다.”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창업자에게 냉담하기만 한 평가는 좌절감을 줍니다.”

냉혹한 후일담에 상처를 입고 며칠을 기죽어 있다가 반성과 함께 변화를 결심했다. 창업자의 말을 먼저 듣고 사업 모델에 온전히 몰입해보기로 했다. 1시간 대화하면 최소 30분은 창업자에게 온전히 준다. 가능하면 중간에 질문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으며 묻고 싶은 내용은 메모한다. 30분쯤 지나면 보통 사업 소개가 마무리된다. 이후 10분 정도는 메모해둔 질문을 하나씩 물어본다. 40분이 지나는 동안 질문 외에는 몇 마디 하지 않고 듣는 데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창업자들의 사업을 이전에 비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남은 20분 동안은 사업의 핵심 부분에 관해 질문하며 필자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조심스레 전해본다. 1시간 분량 중 필자가 말하는 시간은 많아야 15분 정도다.

반응은 의외로 놀라웠다. “주변에서 ‘창업자 멘토링은 김 대표님’이라고 말하던데 경험해보니 알겠다”는 반응에 처음에는 의아하기도 했다. 대화 방식을 바꾼 후로 필자는 거의 듣기만 하는데 멘토링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분들이 많다. “멘토링을 수없이 받아봤지만 메모하며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공감을 받아 힘이 난다” “아이디어와 대안을 얻어 사업할 용기가 생겼다”고 하시는 분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는 ‘창업계에서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멘토’라는 자랑거리도 생겼다.

요즘은 집에서 아들과 얘기할 때도 최대한 참고 들어보려고 노력한다. 자꾸 옛날 버릇이 나와 대화가 서먹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매번 반성하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할 말 많은 아재가 아니라 잘 듣는 멘토이자 아빠가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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