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中공장 ‘최악’ 시나리오는 피했다…“최신 공정 적용은 불가”
美 VEU 선정으로 불확실성 털어내
첨단 장비 도입·투자제한 방침엔 변화 없어
韓·中 공장 간 생산성 격차 문제는 해결과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 별도 허가 절차나 기한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최대의 리스크였던 중국 공장 운영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 최악의 경우 중국 공장의 장비 매각이나 제3국으로의 이전까지 고려했던 두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피한 셈이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국가인 미국산 장비 반입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공장의 효율성 강화와 업그레이드가 부분적으로 허용된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기존에 미국이 정한 반도체 공정 제한은 여전히 유지되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최첨단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 반입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연간 투자금액 상한선 역시 기존 방침에서 변화는 없다.
◇中 철수까지 고민했던 삼성·하이닉스, 사업 정상화에 한숨
9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양사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입을 모아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의 큰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미국, 한국 정부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결정된 이번 합의가 향후 사업 방향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수출통제 당국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경제안보대화 채널을 통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우리 측에 밝혔다. VEU는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이다. VEU에 포함되면 별도로 건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통제 적용이 사실상 무기한 유예되는 의미가 있다.
이번 방침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중국 생산라인에 대해 장기적 투자와 운용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다롄에 낸드플래시, 충칭에 패키징 공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전체 생산 낸드플래시의 40%,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롄에서 전체 생산 D램의 40%와 낸드 20%를 만든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 반도체 기술 및 생산 장비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1년 유예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문제는 한시적으로만 적용된 유예 조치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했다는 것이다.
◇최신 기술 도입 제한은 여전…韓·中 공장 생산성 차이에 고심
이번 양국의 합의에 따라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공장과 우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D램 공장은 기존 방식대로 장비 반입과 운용이 가능해졌다. 현재 해당 공장에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릴즈(AMAT), 램리서치, KLA 등을 비롯해 네덜란드의 ASML,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 등의 반도체 장비가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정해진 기술 수준 내에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 정부가 정한 기술 수준 제한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령 SK하이닉스 최대의 D램 생산기지인 우시공장은 기존에 생산하는 기술 수준 이상으로의 공정 전환은 불가능하다. D램은 최근 EUV 장비 도입을 통해 10나노 초반대의 양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 정부 측은 EUV 장비 반입을 여전히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낸드의 경우 현재 120단대에 머물고 있는 중국 공장이 추후 협의를 통해 200단대 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적 제약은 여전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측은 당면한 위험을 피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유예 연장 결정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환영한다”며 “이러한 결정이 나오기까지 기업과 긴밀히 소통하며 원활하게 협의해 온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국 정부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앞으로 각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협의해온 한미 양국 정부에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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