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용기, 선한 기부] 닭고기로 시작한 나눔, 이젠 큰 기부로 베풀죠

양세호(yang.seiho@mk.co.kr) 2023. 10.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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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래 대가야 대표
삼계탕가맹점 19곳 운영하며
구미 노인·아동복지시설에
매년 명절 4000마리씩 기부
"돌아가신 아버지 6·25 참전
기부 통해 부친 그리움 달래"

◆ 작은 용기, 선한 기부 ◆

조중래 대가야 대표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부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고액 기부 프로그램인 '아너 소사이어티'를 비롯해 착한가게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 경북 구미 지역 어르신 150여 명이 주왕산삼계탕 본점을 가득 메웠다. 조중래 대가야 대표(53)가 매년 베푸는 삼계탕 봉사활동이다. 벌써 22년째 이어지고 있다.

삼계탕 한 그릇으로 시작한 기부는 점점 커졌다. 2009년부터는 시내 취약계층에게 닭고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당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복날 장사를 위해 미리 확보한 냉동닭 물량이 트럭째 남게 됐다. 이참에 닭고기 기부에 나선 조 대표는 시가 1억원이 넘는 닭 4만마리를 경북 푸드뱅크에 기증했다. 그렇게 닭고기 봉사를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은 19개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대표인 그는 "그 뒤로 매년 설날·추석 연휴 때면 닭을 4000마리 넘게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15년간 기부한 닭만 11만마리로, 금액으로는 3억원에 달한다. 구미시내 웬만한 노인복지시설은 조 대표의 닭고기를 기부받지 않은 곳이 없다.

조 대표는 "어르신들께 한 끼 식사를 대접하게 된 이유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라면서 "어르신들이 손을 잡아주며 고맙다고 해주실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대표의 아버지는 6·25 참전용사로 전쟁 때 당한 부상 후유증으로 14년간 앓다가 돌아가셨다. 노인복지시설에 기부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는 조 대표는 "기부는 아버지와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며 "일곱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 대표의 '기부 본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2년부터 '사랑의열매' 나눔봉사단 초대 단장을 맡아 지역사회의 나눔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봉사단원 40명을 일일이 찾아가 모집하며 '기부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랑의열매 기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착한가게'를 구미시내에서만 247곳 모집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최우수봉사단원상을 받기도 했다.

착한가게는 매달 최소 3만원 이상 기부하는 정기 기부 프로그램이다. 조 대표도 지금까지 37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조 대표는 고액 기부 프로그램인 '아너 소사이어티'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을 한 번에 또는 5년 이내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조 대표는 "코로나가 극심하던 시절에 회사가 많이 힘들었지만 기부만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지금 돌이켜봐도 기부를 시작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웃었다.

사회와 좀 더 나누고 싶다는 조 대표는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게 꿈이다. 그는 형편이 어려워 제때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2년간 직장에서 돈을 번 뒤 남들보다 늦게 고등학교에 다녀야 했다. 어르신에게 나누는 봉사가 아버지와의 약속이라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건 어릴 적 자기와의 약속이다. 조 대표는 "기부는 나에게 성취감도 주지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확산시킨다"며 "꼭 가진 게 많을 필요 없이 지금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베풀다 보면 결국 나에게 다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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