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포격 피하라고?" 방치된 대피소
北도발 우려 커지고 있지만
유사시 보호해줄 대피안전소
물건 쌓여있고 안내표시 없어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전쟁이 도둑처럼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동의 화약고 중 하나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예상하지 못한 전쟁이 터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전으로 누구나 이스라엘로 수천 발의 미사일이 떨어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가감 없이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남북이 대치상태인 한반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경험이 있고 지정학적 위험을 안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사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령 이스라엘은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슬람 과격단체에 의해 실질적인 안보위협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면적은 한국 경상도 크기에 불과한 반면 인접한 잠재 적대국만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등 다양하다.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가에 비해 인구는 물론 부존자원 측면에서도 열세에 놓여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A씨(28)는 "이스라엘은 한국처럼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수립된 데다 국민이 병역 의무를 지고 있어 동질감을 갖고 있던 곳"이라며 "또래들이 하루아침에 생사를 걸고 전쟁을 치른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고, 한반도 정전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37)는 "SNS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총기를 들고 이스라엘 민간인을 강제로 끌고다니는 영상을 봤는데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고 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과 대치 중인 북한은 전쟁이 일어날 경우 개전 초기부터 전방에 집중 배치한 장사정포로 수도권을 향해 '포탄비'를 퍼붓는 전략을 갖고 있다. 군 당국은 북측이 장사정포를 수도권에 시간당 1만발 이상 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는 2022년 국방백서에서 "전방에 배치된 (북측의)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다연장로켓)는 수도권 지역에 대한 기습적인 대량 집중 공격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최근 초대형 방사포를 개발하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무력시위를 지속하며 한반도 전역에 대한 타격력을 확충하고 있다.
실제로 미사일 발사나 폭격 같은 공습이 벌어지면 지하 깊숙한 곳으로 신속히 피신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행정안전부 민방공 경보 시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대피 장소를 명확히 알기 어려울 경우 우선 가까운 지하철역, 지하 주차장, 대형 건물 지하실 등으로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 낮은 곳일수록 포격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시 피신할 수 있는 대피 안내소를 마련해 놓고 있지만 개선이 시급하다. 9일 매일경제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나와 있는 서울과 경기도 지역 주민대피시설을 긴급 점검한 결과 빌딩·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에 마련돼 있는 주민대피시설이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긴급 사태가 벌어졌을 때 7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 성동구 소재 오피스 건물 지하에 마련된 대피소의 경우 민방위 물자는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소화기도 제 위치에 있지 않았고 문 개폐 고정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소방 대피로로 물건 적치 금지라고 표시한 곳에는 목자재가 쌓여 있었고 통행도 원활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대피소에 점자 마킹을 부착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이를 갖춰 놓은 곳도 없었다.
군은 장사정포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이스라엘이 보유한 아이언 돔 도입도 검토했다. 하지만 단거리 로켓포나 박격포보다 성능이 뛰어난 북측 장사정포를 막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화 기자 / 박동환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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