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럭셔리 브랜드 격전지 ‘생토노레’에 도전장 던진 우영미 ㈜솔리드 창업자 겸 대표 | “파리 명품 거리 입점은 껍질 깨고 한 번 더 성장하고 도약할 기회”

심민관 기자 2023. 10. 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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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미 ㈜솔리드 창업자 겸 대표성균관대 의상학, 2016년 BoF 글로벌 패션 500인 선정 사진 ㈜솔리드

“세계적인 명품 쇼핑 거리인 생토노레(Rue Saint-Honoré)에 입점한 K패션 브랜드로는 우영미(WOOYOUNGMI)가 최초다.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의 격전지인 프랑스 파리 생토노레에서 스스로 껍질을 깨고 한 번 더 성장하고 도약하는 기회를 만들겠다.”

컨템퍼러리(대중적인) 남성복 패션 브랜드 솔리드 옴므(SOLID HOMME)와 럭셔리 글로벌 패션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를 운영하는 ㈜솔리드 창업자 우영미 대표는 9월 15일 인터뷰에서 프랑스 파리 명품 쇼핑 거리인 생토노레에 9월 26일(현지시각) 우영미 단독 플래그십 매장 오픈을 앞두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튈르리 공원과 방돔광장 인근에 있는 생토노레는 1마일(약 1.6㎞)이 조금 넘는 길이의 쇼핑 거리다. 에르메스, 샤넬, 디올 같은 고급 디자이너 부티크(boutique)부터 하이엔드 주얼리(보석) 매장, 만다린 오리엔탈 같은 유명 호텔들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파리 명품 쇼핑 거리인 생토노레에 오픈한 우영미 단독 플래그십 매장 전경. /(주)솔리드

우영미는 2002년 우 대표가 파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다.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한국 대신 파리에서 우영미를 론칭했다. 우 대표는 1988년 솔리드 옴므를 론칭하면서 한국 최초의 남성복 여성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솔리드 옴므의 성공으로 국내 최고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지만, 파리로 건너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명품 쇼핑 거리인 생토노레에 오픈한 우영미 단독 플래그십 매장 전경. /(주)솔리드

총 43번의 파리 패션위크 컬렉션(패션쇼) 참가, 2006년 파리 마레 우영미 1호점 오픈, 2011년 파리의상조합 정회원 가입, 2020년 파리 고급 백화점 ‘르 봉 마르셰’ 남성관 매출 1위 기록은 패션 성지 파리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한 우 대표의 성과들이다. 그 결과 지금은 프랑스,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네덜란드, 일본, 대만, 리투아니아, 쿠웨이트 등 24개국 백화점 등에서 54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해외에서 가장 잘나가는 K패션 브랜드로 ‘우영미’가 꼽히는 이유다. 지난해 우 대표를 인터뷰한 뉴욕타임스(NYT)는 ‘우영미는 한국 남성 패션의 어머니’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 대표는 “패션은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멈춰있으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하고, 도전하는 게 디자이너의 사명”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파리 패션위크 우영미 2024 SS 컬렉션 런웨이 모습. 사진 ㈜솔리드

우영미가 생각하는 ‘패션’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패션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생물이 진화하듯이 패션도 진화한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패션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변하듯이 감정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패션 역시 그래서 빨리 진화가 잘돼야만 지속 가능할 수 있다. 변화는 패션의 필수 요소다. 나는 싫증을 되게 빨리 내는데 이러한 성격 덕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과 디자인 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옷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제품의 지속 가능성이다. 옷을 산 고객이 하나의 좋은 퀄리티의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래 입어도 멋이 나도록 원단이나 품, 핏 등을 많이 신경 써서 제작한다. 나는 디자이너가 사람들을 멋있게 만들어 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생토노레 입점 의미가 궁금하다.
“우영미 브랜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고, 앞으로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도전적인 의미다. 생토노레는 세계적인 명품 거리다.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의 소리 없는 전쟁터로 굉장히 상징적인 곳이다. 보석, 시계부터 의류까지 명품 브랜드들이 다 모여 있다. 점포를 낼 자리가 많지도 않고, 건물주와 입주하는 건물에 입점한 브랜드사의 동의가 필요해 입점도 쉽지 않다. 입점을 결심하고 추진할 엄두를 냈다는 게 스스로도 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선 이미 솔리드 옴므로 큰 성공을 했는데, 갑자기 파리로 건너가 우영미 브랜드 론칭을 결심한 이유는.
“파리는 모든 디자이너의 꿈의 무대다. 일종의 메이저 리그 같은 곳이다. 2002년 우영미를 론칭할 당시 해외 브랜드들이 물 밀듯이 국내로 들어왔다. 한국이라는 좁은 무대에만 갇혀 있다가 글로벌 스탠더드(수준)에 맞추지 못하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큰 무대로 가서 배우고 성장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큰 무대인 파리로 갈 필요가 있었다.”

파리에서 텃새는 없었나.
“한국에서 텃새보다 훨씬 심했다. 20년 전 유럽에선 한국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당시 받은 설움과 압박은 일주일 밤을 새워서 말해도 부족할 정도다. 처음엔 작업을 할 사무실도 없었고,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다.”

2011년 파리의상조합 정회원 가입도 쉽지 않았을 텐데.
“당시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이 되려면 조합을 컨트롤하던 다른 정회원(대형 럭셔리 브랜드사)들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 꾸준히 파리에서 패션쇼를 하고 계속 의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파리 패션 업계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국내 1호 남성복 여성 디자이너라는 타이틀도 있다.
“내 성격이 약간 중성적인 것 같다. 남성과 여성의 중간적 성격인 것 같다. 내가 20대 초반일 때 여성복 디자이너로 각광 받으면서 일을 했었는데 여성복이 내 눈에는 성이 안 찼다. ‘나는 여성복이랑 안 맞네’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게 남성복이었다. 기존에 하는 것을 내려두고 새로운 걸 도전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 굉장히 용감했던 것 같다. 약간 무모할 정도로 말이다. 이러한 성격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동력이 된 것 같다.”

지금까지 달려온 원동력은.
“재미다. 재미있는 일을 잘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성격도 집착을 잘하는 편이고 포기를 모른다. 계속될 때까지 도전하는 게 또 한 가지 비결이랄까, 원동력이 됐다. 우영미 론칭 당시 독자적인 브랜드 대신 솔리드 옴므의 세컨드 브랜드를 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파리가 아니라, 중국으로 가라는 조언도 있었다. 당시에는 파리로 진출한 게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모함과 집착이 원동력이 돼 우영미가 럭셔리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내겐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었고, 이것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국내 백화점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외 백화점에선 명품관에 우영미가 입점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일부 백화점에서 우영미의 명품관 입점을 반대했다. 명품관은 해외 수입 럭셔리 브랜드만 들어와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모든 전 세계인이 아는 브랜드가 됐으면 글로벌 브랜드인데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로 명품관 입점이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우리는 명품관 자리가 아니면 안 들어간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지금은 인정을 받아서 국내 백화점에서 명품관에 입점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바꾸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로 태클을 거니까, 심지어 ‘내가 국적을 바꿔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K패션의 세계화를 위해 조언한다면.
“럭셔리 브랜드를 지향하는 하이패션의 경우 ‘천천히 가야 한다’고 조언해 주고 싶다. 브랜드란 건 만드는 데 오랜 세월의 공이 들어간다. 제품과 브랜드 콘텐츠도 그동안 탄탄해져야 하고, 무엇보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하이패션의 영속성은 브랜딩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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