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역노화’ 저자 세르게이 영 장수비전펀드 설립자 | “20년 안에 25세 육체로 150세 이상 살게 해줄 기술 나온다”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게 도와줄 기술은 5~10년 내 상용화될 것입니다.”
수명 연장 기술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장수비전펀드(Longevity Vision Fund)’ 설립자 세르게이 영(Sergey Young)은 최근 인터뷰에서 ‘인류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년 동안 전문 투자자로 활동해 온 그는 수명 연장 분야의 과학기술 발전을 목격하고 지난 2019년 장수비전펀드를 설립, 1억달러(약 133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투자한 세포 치료제 기업 시질론 테라퓨틱스(Sigilon Therapeutics)는 올해 6월 세계 최대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에 인수되기도 했다.
그는 “장수 연구는 무한정 노년을 연장하는 연구가 아닌 노년을 최대한 늦추는 연구”라며 “더 많은 사람이 수명 연장 기술에 쉽고 저렴하게 접근하도록 돕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2021년 노화 혁명 기술을 소개한 책 ‘역노화’가 올해 8월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국내 언론과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수비전펀드를 설립한 목적은.
“생명 연장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인류가 장수에 더 쉽고 저렴하게 접근하도록 돕는 게 장수비전펀드의 사명이다. 현재 노화 원인을 연구하는 바이오테크 기업뿐 아니라 임상 효율성과 안전성을 5~10배 높여 의료 관행을 재편할 수 있는 기술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투자 성과가 궁금하다.
“2019년 장수비전펀드 출범 이후 지금까지 유전자 치료 및 편집, 세포 치료 및 장기 재생,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등 총 18개 기업에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이 가운데 4개 기업은 IPO(기업공개)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고, 4개 기업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됐으며, 7개 기업은 프리 IPO(상장 전 자금 조달)를 이뤄냈다.”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 중 가장 기대가 큰 기술 또는 기업은.
“우선 이론적으로 거의 모든 유형의 인간 DNA 수정이 가능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 있다. 투자 중인 기업 중에선 테세라 세라퓨틱스(Tessera Therapeutics)가 이를 연구 중이다. 이 기업의 (유전자) 편집 효율성은 업계 표준인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보다 10배 이상 뛰어나다. 여기에 장기 재생을 연구하는 라이제네시스(LyGenesis)에도 투자 중이다. 환자의 림프샘(림프절)을 바이오리액터(bioreactor·세포 배양기)로 활용해 장기를 재생하고, 이를 통해 병든 장기를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몸의 노화 세포를 예전 상태로 되돌리는 후생적 재프로그래밍(epigenetic reprogramming) 기술을 연구 중인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시스(Life Biosciences)’도 있다. 이 기업은 노화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것을 넘어 노화를 역전시킬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기술들로 인류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나.
“당장 인류가 150세까지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기술은 5~10년 내 상용화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각종 유전병과 암 치료가 가능한 유전자 치료 및 편집 기술,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신약을 찾아주는 AI 기반의 신약 개발 기술, 노화 치료 알약 등이 있다. 여기에 25세의 외모와 체력으로 150세 이상까지 살 수 있게 도와줄 기술은 10~20년 내 상용화될 전망이다. (신체 주입 초소형 칩, 스마트 변기 등) 건강 진단 기기가 실시간으로 신체 데이터를 수집한 뒤 외부에 전송하고 이를 분석해 질병을 예방하는 ‘신체 인터넷(IoB·Internet of Body)’이 대표적이다.”
장수 기술에 투자하고 싶은 개인 투자자에게 조언을 준다면.
“직접적인 투자 조언은 어렵지만, 다양한 헬스케어 트렌드를 소개해주고 싶다. 우선 ‘웨어러블(wearable·입는) 바이오 센서’다. 의학 트렌드는 점점 더 개인화되고 능동적인 접근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가령 애플워치나 바이오링크(Biolinq)의 패치형 건강 측정 기기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AI도 주목하면 좋다. 구글의 딥러닝 프로그램인 LYNA는 인간 의사보다 2.5배 더 정확하게 전이성 종양을 감지한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프리놈(Freenome)의 경우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소량의 혈액 샘플에서 암 전조 현상을 잡아낸다. 대장암의 경우 업계 최고의 감지 결과를 보이며 생존율을 6~7배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2013년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20세까지 살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원치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56%에 달했다. 많은 사람이 수명 연장을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수명 연장을 떠올릴 때, 인생 후반부에 더 오래 아프고 장애를 겪는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한 장수의 목표는 삶의 활동적인 부분을 연장해 모든 연령대에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장수 연구는 무한정 노년을 연장하는 연구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노년을 최대한 늦추는 연구다. 기존의 한계를 넘어 젊음을 오래 유지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나의 목표도 25세의 몸으로 200세까지 즐겁게 사는 것이다.”
인류 수명 연장이 지구에 부담을 주진 않을까.
“많이 받는 질문이다. 수명이 길어져 인구가 늘면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 식량 부족, 의료 시스템 붕괴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는 더 안전하고 장수 친화적으로 변모 중이라고 본다. 가령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식물성 식품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경작지 사용을 줄이며, 물과 토양오염 물질을 줄이는 동시에 여러 가지 건강상의 이점을 약속한다. 미국인 한 사람이 일주일에 단 하루만 육류와 유제품을 먹지 않아도 760만 대의 자동차를 도로에서 퇴출하는 것과 같은 환경적 효과가 있다. 특히 실험실에서 재배한 육류, 식용 곤충, 해조류, 합성 식품, 영양이 강화된 슈퍼푸드 같은 미래형 식품이 지구상의 모든 가정에 고품질의 식품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11년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자들만 장수할 가능성은.
“그래서 장수비전펀드가 수명 연장 기술을 보다 저렴하고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이용하도록 돕고자 한다. 치료 또는 진단 비용을 최대 50배까지 절감할 수 있는 조기 진단, 유전자 편집 및 치료, 신약 개발 분야의 기술을 지원하는 이유다. 우리가 투자 중인 기업 가운데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전 세계 의약품 개발 비용 절감을 위해 AI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통 대형 제약사가 몇 년이 걸릴 신약 설계·합성·검증 과정을 몇 달로 단축할 수 있다. 덕분에 신약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도 기존 대비 90% 절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의약품 가격이 더 저렴해져 인류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같은 위기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당장 젊고 오래 살고 싶다면.
“건강 검진을 가능한 한 정기적이고 포괄적으로 받아라. 이것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이고 실용적인 팁이다. 남성 9명 중 1명은 전립선암에 걸린다. 대부분 50세 이후에 발병하는데,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100%에 가깝지만 4기에 발견되면 그 수치는 31%로 떨어진다. 대장암도 마찬가지다. 초기 생존율은 90%지만, 시간이 지나면 14%까지 떨어진다. 요즘엔 셀프 진단도 가능하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심혈관 건강을 확인하거나, 자신의 점이 피부암인지 검사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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