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노동조사센터’ 출범한 법무법인 율촌 조상욱 변호사·이수정 외국 변호사 | “노동조사부터 기업 자문까지…법정 공방 없이 분쟁 빠르게 해소”
지방에 있는 A화학은 소속 팀장이 특정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상납받는 등 비위행위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했다. 그러나 팀장이 금품 수수 등 비위행위를 전면 부정하는 상황. A화학은 외부에 요청해 ‘노동조사’에 돌입한다. 외부 조사팀은 팀장 동의를 받고 노트북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골프일지 엑셀 파일’을 발견한다. 일지에는 라운딩 장소, 시간, 참석자, 스코어, 당일 팀장 본인 컨디션과 비용을 부담한 사람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골프일지는 팀장 외 다른 임직원이 대거 향응을 받은 사실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단서를 확보한 조사팀은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아니다. A화학 노동조사를 맡은 주체는 법무법인 율촌이다. 율촌은 과거부터 직장 내 괴롭힘, 성추행, 영업비밀 침해 등 기업 내 각종 비위행위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기업이 밟아야 할 절차 등을 자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법무법인 가운데 최초로 지난 7월 노동조사센터를 출범해 업무를 고도화하는 중이다.
‘율촌 노동조사센터’ 센터장을 맡은 조상욱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는 최근 인터뷰에서 “노동조사는 중요한 사실관계를 밝혀 기업 내 발생한 부정부패를 해결하고, 더 나은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에는 노동조사센터 부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수정 외국 변호사도 참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법무법인 최초로 노동조사센터를 발족한 계기는.
조상욱 “노동조사 대상이 되는 업무는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영업비밀 침해, 내부 직원 비리 등인데 이런 사건이 기업 내에서 자주 발생한다. 산발적으로 업무를 할 게 아니라 체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센터를 출범시켰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workplace investigations(직장 내 조사)’라고 부르면서 이에 대한 연구와 가이드라인도 구축된 상태다. 율촌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내부 규정을 위반해 발생하는 비위행위를 조사하고 이를 노동법을 바탕으로 해결하겠다는 여러 기업의 의지를 확인하고 ‘노동조사센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율촌 어벤저스’ 노동조사센터… 각 분야 전문가 합류
조상욱 변호사는 이미 법조계에서 노동 관련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율촌 노동조사센터에 함께 참여하는 전문가는 또 누가 있는가.
조상욱 “센터는 여러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내가 센터장을 맡고 외국 기업 자문과 불법 파견, 내부 조사 등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이광선 변호사(부센터장), 외국계 회사 대상 희망퇴직 설계·집행, 법적 분쟁 대응 자문을 진행하는 이수정 외국 변호사(부센터장)도 합류했다.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김수현 변호사도 부센터장으로 힘을 보탠다. 지식재산권(IP) 팀 임형주 변호사도 부센터장으로 영업비밀 침해 등 통찰력을 제공한다. 변호사를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 30명이 뭉쳤다.”
노동조사에는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 기업과 근로자, 근로자와 근로자 간에 벌어진 비위행위를 조사하는 일에 법적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피해자, 목격자,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등을 면담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비근한 사례다.
노동조사가 사건 해결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율촌 노동조사센터만의 특별한 역량은.
조상욱 “노동조사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사실관계’다. 사실관계를 밝혀야 문제 있는 직원을 해고하는 등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철저하게 사실관계가 규명되면 진상이 밝혀졌기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던 직원은 법원에 갈 필요성이 없다. 노동조사는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정확한 사실을 밝혀 법적 조처가 필요 없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노동조사를 통한 사실관계 규명은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인 셈이다. 율촌 노동조사센터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 분쟁을 예방할 뿐 아니라 노동과 관련해 기업에서 발생한 모든 이슈를 다룰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메신저나 컴퓨터 등을 상대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언론을 포함한 외부 소통 역시 노동조사센터의 몫이다.”
변화하는 노동 환경과 새로운 사건·사고에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도 법무법인에 각종 자문을 요청한다. 율촌 노동조사센터는 외국계 기업이 국내법과 정서를 면밀히 파악하지 못해 벌어질 수 있는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국내 기업과 달리 외국계 기업은 어떤 고민으로 자문을 요청하는가.
이수정 “국내 대기업은 법무팀도 크고, 팀이 잘 꾸려져 있어 업무가 잘 나뉘어 있는데 국내에 있는 해외 기업은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법무법인에 자문받는 경우가 있다. 가장 주된 고민은 해고 등 인력 관리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국내는 해외와 달리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이 갖춰져 있어서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에서 인력을 감축할 수 있는지가 화두였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도입된 뒤에는 괴롭힘, 성희롱 같은 직원들 사이에서 벌어진 비위행위에 회사는 어떤 법적 의무가 있는지, 정부 당국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자문이 들어온다.”
노동조사, 자문, 사내 제도 정비까지 ‘원스톱’ 서비스
노동조사부터 기업 자문, 소송과 외부 소통까지. 각 전문가가 ‘원팀’으로 모인 ‘율촌 노동조사센터’는 흩어진 역량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노동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사건 대응과 자문으로 경영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 게 중요할 거 같다. 사후 시스템 구축에도 역량을 발휘한다고 보면 될까.
조상욱 “특정 문제에 전문가들이 ‘조사-문제 진단-해결’ 과정을 거쳐 해결책을 제시한다. 변호사는 단순히 법 이론에 밝은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법 이론이 적용되는 사실관계를 밝히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를 여러 전문가가 효과적으로 대응해 분쟁을 최소화한다. 이다음 사내 제도를 어떻게 정비할지 자문한다. 전반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이수정 “(노동문제와 관련해) 해외 기업은 문제가 발생하면 쉽게 말해 ‘내비게이션’이 없어 힘들어하는 걸 봤다. 노동조사센터 출범은 문제를 겪는 기업에 해결책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센터라는 조직이 출범한 만큼, 우리들의 응집력도 강해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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