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취임 25주년 맞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 BBC 날개 단 글로벌 SK로…사회적 가치 확산도 선도

박용선 기자 2023. 10. 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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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조선일보 DB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회장 취임 25년을 맞았다. 최 회장은 부친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작고한 직후인 1998년 9월 1일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최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혁신적 변화(deep change)를 할 것이냐,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eath)”고 강조하며, 그룹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후 25년간 SK그룹은 자산과 매출 규모 등에서 급성장했고 국내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섰다. 그룹의 기존 주력 분야였던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에 이어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Chip)) 등 미래 신성장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질적 성장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SK그룹 자산은 25년 만에 열 배 이상 늘었고, 매출은 여섯 배 이상 증가했다.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32조8000억원이었던 그룹 자산은 올 5월 327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자산을 기준으로 한 재계 순위는 5위에서 2위로 올랐다. 매출은 1998년 3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24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원대에서 18조8000억원으로 아홉 배 이상 늘었다. 그룹 수출액은 1998년 8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83조4000억원으로 약 열 배 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이 약 887조원인데, SK그룹이 약 10%를 차지한 셈이다. 과거 정유·석유화학, 정보통신 등 내수 중심 기업으로 인식되던 SK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SK그룹은 최 회장 취임 25주년과 관련 별도의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신성장 동력 확보

최 회장은 BBC와 수소 등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그룹의 성장을 도모했다. SK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BBC와 그린·첨단산업으로 본격 전환한 것은 채권단으로부터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2012년부터 시작된다.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만으로는 그룹의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최 회장은 당시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관철했다. 이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업계가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 비용을 비롯한 투자를 늘렸다. SK하이닉스는 2012년에 전년 대비 10% 증가한 3조900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19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최 회장은 또한 반도체 제조용 특수 가스 업체 OCI머티리얼즈(2015년), 낸드(NAND) 기업 키옥시아(2017년), 반도체 소재 기업 LG실트론(2017년),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부(2020년) 등을 인수하며 반도체 설계와 생산, 소재 분야를 아우르는 반도체 수직 계열화도 구축했다. 이런 투자 등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성장을 지속했고, 지난해 매출 44조6215억원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그룹의 또 다른 핵심 성장 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진두지휘했다. SK는 기존의 배터리 사업, 석유 개발 사업을 해온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2021년 SK온을 설립했다. 전기차 배터리 개발·제조 솔루션 기업 SK온은 북미, 유럽, 중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확장하고 있다. 2017년 1.7였던 SK온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5년 만에 51배가량 성장해 지난해 말 88까지 확대됐다. 미국 조지아 1·2공장을 합쳐 연간 21.5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SK온은 지난해 7월 포드와 합작 법인 블루오벌SK를 출범하고,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총 127 규모의 배터리 공장 세 개를 건설 중이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코마롬 1·2공장, 헝가리 이반차 3공장, 중국에서는 창저우·후이저우·옌청 공장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SK온의 연간 생산능력은 2030년 전기차 7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500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글로벌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1999년 국산 신약 1호 항암제 선플라를 개발했고, SK바이오팜은 2015년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하는 등 신약 개발에서 여러 성과를 냈다. SK㈜는 원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장을 위해 2017년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현 SK바이오텍 아일랜드)을, 2018년에는 미국 CDMO 기업 앰팩을 인수했다. 2019년에는 미국(앰팩)·유럽(SK바이오텍 아일랜드)·한국(SK바이오텍) 생산 법인을 통합 운영하는 SK팜테코를 설립하고, 2021년에는 프랑스 CDMO 이포스케시를 인수해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 분야 성장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SK㈜와 SK E&S는 2021년 총 1조8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수소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확보,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8월에는 SK㈜와 SK이노베이션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소형 모듈 원전(SMR) 기업 테라파워에 3200억원을 투자했다.

지속 가능 성장 주도하는 ‘사회 리더’ 최태원

최 회장은 SV(사회적 가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선도하는 재계 리더로 꼽힌다. 2016년 그룹 경영 관리 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에 사회적 가치 창출 조항을 명문화한 것은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앞서 최 회장은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사회적 기업들이 창출하는 ‘사회 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이후 SK그룹은 2015년부터 SPC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까지 총 326개 사회적 기업에 총 527억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최 회장은 2014년에는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발간해 사회문제 해결 대안으로 사회적 기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국내 최대 사회적 가치 플랫폼 소셜밸류커넥트(SOVAC)와 비영리연구재단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을 출범했다.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여덟 개 관계사는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100%)에 가입했고, 이듬해 최 회장은 SK CEO 세미나에서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인 1%에 해당하는 2억t의 탄소를 줄이는 데 SK가 이바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최 회장은 2021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에 올랐다. 최 회장 스스로 “모자 세 개(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를 쓰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기업 경영을 넘어 ‘사회 리더’로서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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