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조혜정 삼성물산 라이프솔루션 본부장 | “번거로운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아파트 앱, ‘홈닉’ 하나면 충분”
“헬로, 테미(Hello, Temi).” 조혜정(56) 삼성물산 라이프솔루션 본부장이 인사를 건네자, 잠들어 있던 테미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제가 집을 잘 지키고 있었어요.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비 청구서를 확인한 조 본부장은 이번엔 휴대전화를 켜고 수영장 예약과 펫케어 신청을 했다. 벽에 걸 그림도 하나 추천받아 골랐다. 모두 자신이 개발을 진두지휘한 앱(애플리케이션) ‘홈닉’을 통해서다.
홈닉은 클라우드 기반의 홈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로봇뿐만 아니라 현관의 스마트 미러(거울), 주방 또는 욕실의 월패드, 휴대전화 등 다양한 기기 연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커뮤니티 예약, 방문자 차량 등록 등 생활 및 주거 관련 서비스를 단 하나의 앱에 모두 담았다.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랩장 출신이자, 와이파이 칩이 내장된 스마트 가전 출시에 기여했던 공학박사가 꿈꾸는 새로운 주거 문화는 어떤 것일까. 최근 조 본부장을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만났다.
조 본부장은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노하우와 진수를 홈닉에 녹여 넣었다. 내 전문성과 경험이 다 녹아든 결정체”라고 운을 뗐다. 실제 플랫폼 개발부터 론칭까지 9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는 2013년부터 8년간 삼성전자의 IoT 솔루션 개발을 맡았다. 이후 스마트 홈, 스마트 호텔, 스마트 빌딩, 빌딩 솔루션을 사업화했으며 B2B(기업 간 거래) 마케팅까지 책임졌다. 그가 선배들에게 종종 “너야말로 융합의 꽃 아니냐”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홈닉은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신사업 인큐베이션(발굴 및 추진)의 일환으로 고심 끝에 내놓은 사업이다. 주거의 개념과 문화가 바뀌면서, 고객의 데이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소프트 비즈니스(Soft-Biz) 사업’이 무엇인지 꾸준히 고민한 결과다. 앞서 삼성물산은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자유롭게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신개념 주거 모델인 ‘넥스트홈’을 선보이면서 홈닉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소개한 바 있다.
현재 스마트 홈 네트워크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거 문화가 상당 부분 디지털화했지만 아직 초창기라는 점에서 크고 작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들어와 있는 형국이다. 물론 시공사들이 기본 앱을 제공하지만, ROI(투자수익률)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이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거주자들은 ‘멀티 앱’을 쓸 수밖에 없다. 시공사 앱을 활용해 전등이나 에어컨을 켜고, 커뮤니티 예약은 다른 회사의 또 다른 앱을 쓴다. 주민 투표를 할 때도 또 다른 앱을 이용한다. 조 본부장은 “앱을 여러 개 쓰다 보면 자연히 피로도가 증가한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올 때 사용하는 ‘방문 차량 예약’처럼 꼭 필요한 서비스만 쓴다”라며 “기술은 발전했는데 오히려 입주민은 좀 더 심화된 종합 서비스를 받지 않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홈닉은 바로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는 “이제 아파트의 주거 문화는 입지 조건이 좋거나 땅값이 비싸거나 하는 것으로만 대변되지 않는다. 입주민의 ‘생활 가치’를 더욱 높이자는 의미에서 우리도 ‘엔드 투 엔드(end to end)’로 끝까지 챙겨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홈닉, ‘개인’에게 집중하는 서비스로 진화
특히 홈닉은 보다 ‘개인’에게 집중하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불 껐다 켜고 세탁기 종료 알림을 받는 것이 스마트 홈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번거로운 일상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즉, 개인의 시간을 아끼고 축적해 자기 본연의 삶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벽한 연결을 통해 입주민 각자 삶에 집중하도록 돕는 기술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홈”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역별·단지별로 ‘스마트 홈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도 홈닉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원베일리에 홈닉을 최초 적용했다. 또 기축 래미안 아파트에도 적용하고, 더 나아가 다른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에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중견 건설사들과 최근 업무협약(MOU)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는 “아파트 입지로 인한 소위 평 단가 차이로 ‘스마트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면서 “홈닉은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꼭 래미안에 거주하지 않아도 아파트 기기 및 설비를 홈닉과 연동해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 본부장은 홈닉이 궁극적으로 생활 전반과 관련된 ‘오픈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 등 홈케어, 키즈케어, 식음료 서비스, 헬스케어, 스타일 갤러리 등 우리 생활 에 깊숙이 들어가(라이프 인사이드·life inside) 삶의 가치를 높이고 경험을 확장하게 할 것”이라며 “좋은 기술과 서비스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중소기업과 협업을 통해 고객이 거주하는 지역 기반의 하이퍼 로컬 서비스로 진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Plus Point
스마트 홈 시장 ‘후끈’
건설사, 통신·가전 업체도 진출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 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 홈 시장은 2021년 85조7048억원에서 올해 100조4455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8.4%에 달한다. 이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건설사는 물론 KT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통신·가전업체 등 다양한 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 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스마트 홈 관련 국내 특허 출원도 증가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9년 56건에 불과했던 스마트 홈 기술 관련 국내 특허 출원은 2021년 140건으로 늘었다. 세부 기술 분야에서 누적된 특허 규모를 살펴보면 스마트 홈 가전이 510건(40.5%)으로 가장 많았고, 건강관리 289건(23.0%), 보안 서비스 254건(20.2%), 스마트 전력 제어가 205건(16.3%)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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