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건강학 <268>] 추석, 정(情)은 정신 건강의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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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내려가는 기차표를 구하느라 신문지를 깔고 밤새워 기다리는 사람들, 색동저고리 입은 아이들 손을 잡고 고향 마을로 들어서는 사람들, 그런 TV 뉴스를 추석마다 보던 시절이 있었다.
정은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은 우리 정신 건강의 울타리 역할을 한다.
정이 사라진 자리에 돈과 법이 대신하고 그리고 정신적인 빈곤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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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내려가는 기차표를 구하느라 신문지를 깔고 밤새워 기다리는 사람들, 색동저고리 입은 아이들 손을 잡고 고향 마을로 들어서는 사람들, 그런 TV 뉴스를 추석마다 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먼 과거의 일이다. 추석을 맞아 새삼스럽게 정(情)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정은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위기 상황에서 가족, 친척, 친구, 이웃이 서로 돕고 보호해 준다.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몸과 마음으로 도와준다. 동네 사람이라면 처음 본 사람도, 처음 본 아이도, 다 내 이웃이고 내 가족이다. 서로를 이어주고 지탱해 주는 공동체의 정이 사회의 안전망이 된다.
둘째, 정은 심리적인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가족, 친구들의 위안과 도움을 받았다. 정은 심리적 고향이다.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은 보이지 않는 끈이다. 강한 연결 의식이다. 힘들 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위로받고 힘을 얻었다. 정은 우리 정신 건강의 울타리 역할을 한다.
정이 약해지는 시대다. 정을 살리기 위해서는 마음도 써야 하고 몸도 써야 한다. 손해도 봐야 하고 배려도 해야 하고, 져주기도 해야 한다. 이제 그런 마음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해타산이 먼저다. 손해 본다 싶으면 정은 떨어진다. 디지털 시대도 한몫한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SNS)에서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끈끈한 연대가 아니라 느슨한 연대로 바뀌었다. 유불리를 따지고, 필요한 사람만 만나고, 아니다 싶으면 쉽게 끊어버린다. 정이 약해지니 인간관계도 약해진다. 인간관계가 약해지니 우리 마음도 약해진다. 쉽게 고립되고 쉽게 불안해지고 쉽게 우울해진다.
정이 사라진 자리에 돈과 법이 들어왔다. 기차를 예약하고 긴 시간을 힘들게 오가고, 친척들을 만나는 수고로움 대신에 손가락질 몇 번으로 은행 앱을 통해 돈을 보내면 끝이다. 간편해지는 만큼 정은 줄어든다. 애매모호한 정보다는 확실한 돈이 좋다. 돈으로 정이 돈독해지면 좋으련만 돈이 들어오면 정이 깨진다.
또한 정으로 해결할 문제가 법으로 넘겨졌다. 가족의 정으로 해결할 문제도 법으로 따지고, 친구와 다툼도 법으로 넘어간다. 정이 없는 세상에서 돈이 없으면 존재 가치가 떨어지고, 법이 없으면 위험해진다. 그럴수록 자신의 힘으로 버텨나가야 하고, 이기적으로 되고 피해의식만 커진다. 잘나갈 때야 모르지만 한 번 실패하면 딛고 일어설 자원이 없다. 그러니 포기하고 좌절한다. 내 주변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쉽게 우울과 불안에 빠진다. 정이 사라진 자리에 돈과 법이 대신하고 그리고 정신적인 빈곤이 들어왔다. 다시 끈끈한 정이 필요한 시대다.
추석이야말로 정이 한가운데 모이는 날이다. 이날만이라도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내 가족, 친척, 친구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떠 올려보자. 마음 한편에 뭔가 느낌이 온다면 아직 건강한 정이 내 안에 흐른다는 표시일 것이다. 감사한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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