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컬래버노믹스 <20>] 초역전의 시대, 신세대와 협업하라
카이스트에 역대 최연소 교수가 나타났다. 1999년생 한수진(24) 박사다. 만 16세에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2014년 미국 UC 버클리에 진학하고 전기공학, 컴퓨터과학, 응용수학을 공부해 학사 학위를 받아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 후 칼텍 자율로봇 및 제어연구소(ARCL)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다 올해 8월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했다. 이 소식을 듣고 제일 환호한 것은 카이스트 학생들이라고 한다.
24세에 카이스트 교수가 된 한 교수는 어느 정도 천재성을 갖고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벤처 업계를 보면 20~30대가 야심 차게 사업을 키우고 있다. 문화·예술계도 BTS, 블랙핑크 등 젊은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인류는 지금 ‘초역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젊을수록 더 똑똑한 인재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자식이 부모보다 똑똑하고, 사원이 임원보다 똑똑하고, 병사가 간부보다 똑똑하다. 지능지수(IQ)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기술이 다르고, 일하는 방법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1980년 이후에 태어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는 정보화 사회 1세대다. 태어나자마자 컴퓨터와 각종 디지털 기기를 갖고 놀고 학습하고 소통하고 일하는 세대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정보 검색력이 뛰어나기에 기성세대보다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노인 한 사람은 도서관 한 개라는 덕담도 있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전 세계 도서관을 검색하고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를 이용해 세부 사항까지 챙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기성세대가 젊은이에게 물어보며 살아가는 세상이 됐다.
초역전의 시대를 더 이해하려면 신문명 주기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농업혁명은 수천 년, 산업혁명은 300년, 정보혁명은 30년 걸렸고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문명인 제4차 산업혁명은 약 2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신문명 주기는 더 단축될 것이다. 반면 인간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간 수명이 100세 이상으로 늘어나고 신문명 주기가 20년 이내로 단축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년마다 신기술·신사고로 업그레이드된 신인재가 나타나고, 그때마다 기성세대는 한 단계씩 사회에서 밀려나게 된다. 지금 50대 이상 기성세대는 아무리 고학력이거나 자격증이 있어도 컴퓨터, 디지털 기기, 메타버스,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활용 면에서 신세대를 이길 수 없다. 게다가 이들은 글로벌 체험과 문화·예술 감수성도 뛰어나다.
지금 직장마다 아우성이다. 20~30대 직원들은 이런 항변을 한다. “일은 우리가 다하는데 왜 간부들은 연봉이 그렇게 많은가.” 실제로 중요한 일은 모두 젊은 인재들이 맡아서 처리한다. 기성세대가 할 수 없는 일도 잘하고, 한 달 걸릴 일은 며칠이면 끝낸다. 이런 불만을 들은 임원은 이렇게 대꾸한다. “우리가 수주해 와야 돈을 벌지. 그리고 전략적 의사 결정에 따라 성패가 달라지는 거야. 이 힘든 걸 우리가 하는 거라고.”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지난 20여 년간 우리 사회는 꼰대와 MZ 세대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었다. 디지털 1세대들이 사회로 진출하면서 아날로그 세대와 충돌한 것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놀고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신세대를 기존 방식으로 길들이려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MZ 세대와 꼰대 간 전쟁은 기성세대의 완패로 끝났다. 반면 신세대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팀워크를 맞춘 기업들은 급성장했다.
초역전의 시대를 맞아 급부상한 과제가 ‘세대 간 협업’이다. 세대 간에 소통하고 공감하며 서로 배우는 시대가 됐다. 동년배끼리는 잘 어울리면서 후배들과 소통 장애를 겪는 사람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나이는 계급이 아니다. 학번도 계급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불치하문(不恥下問)’이 최상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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