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에 둘러싸인 한국 경제
최근 ‘당면한 우리 경제의 최대 난제는 무엇이고 언제쯤 해소될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내외수 동반 부진 현상이 지속되면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 여건을 고려하면 답답한 마음에 어느 한 부분만이라도 좋은 소식을 듣고 싶어서 그럴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해 안타깝기만 한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기대와는 반대로 다양한 리스크로 중첩된 우리 경제 여건을 설명할 수밖에 없어 더 답답한 마음이다.
먼저, 세계경제가 피크아웃(peak out·정점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미국이나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 경제는 이미 올해 상반기에 정점에 달해 하반기부터는 회복세가 빠르게 둔화할 전망으로 연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신흥 개도국 경제성장률이 3% 후반대를 유지해 세계경제의 하방 압력을 완화해 줄 전망이지만, 내년에는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에 따르면 세계경제의 약 44%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1%대 후반에서 0% 후반대로, 5% 초반에서 4%대 중반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하니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의 외수 환경은 그만큼 악화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중국의 경우 성장세 둔화가 이 정도 수준에 머문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르는 민간 부문의 본격적인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구위이안(碧桂園)이나 완다(萬達) 등 주요 부동산 개발 업체의 파산 위험이 여전히 커 관련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 등 중국 정부의 빠르고 적극적인 정책 대안이 없다면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에 의한 일본형 장기 불황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우리 경제는 실물은 물론 금융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국제 원자재 가격 불안 현상 재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주요 산유국 감산 기조 강화로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등 주요 유종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며 10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WTI와 천연가스, 금, 구리, 설탕 등 19개 원자재의 선물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해 국제 원자재 가격의 지표로 활용되는 CRB(Commodity Research Bureau) 지수 역시 최근 상승세로 전환돼, 올해 8월 말 기준 전고점이었던 지난 2022년 6월의 약 86% 수준까지 상승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자극, 국제 금리 상승,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을 유발해 우리 경제의 하방 압력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외에도 달러 강세 지속과 원화 약세 장기화 가능성, 글로벌 상품 교역량 회복 지연 같은 리스크도 우리 경제가 당면한 대외적인 난관이다. 당연히 대내적으로도 많은 난관이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제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통화정책의 기조 전환이 곤란한 상황이고 재정정책 또한 확장해 경기 친화적으로 운용되기에는 물가나 건전성 등 많은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향후 대내외 여건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상황만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회복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요즘 들어 부쩍 우리 경제의 장기 저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리스크가 크고 강한 것으로 국내 경제주체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정책 당국의 주의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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