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유찰에 시공사 찾기 쉽지 않네···정부 주택공급 차질 빚나 [집슐랭]
부동산PF 부실우려·공사비 급등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몸사려
인천 가로주택정비 네차례 실패
공급 활성화 대책에도 지지부진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건설사의 몸 사리기가 계속되면서 정비사업 현장이 시공사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올 3분기에만 정비사업 70여건이 시공사 찾기에 실패하면서 주택공급 물량을 늘리고 속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서울경제가 올 3분기에 진행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및 변경 입찰공고 결과를 분석한 결과 최소 78건이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기간 시공사 찾기에 성공한 현장은 11곳에 그쳤다.
유찰 사유는 시공사의 무응찰 혹은 단독 입찰이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1차나 2차 입찰에서 최소 2곳 이상의 시공사가 응찰하지 않으면 유찰된다.
수차례 유찰을 반복하는 현장도 많았다. 경기 시흥시 동경1차2차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7월에 진행된 1차 입찰에서 응찰한 업체가 없고 8월에 진행된 2차 입찰은 1개사 참여로 유찰됐다. 지난달 진행된 3차 입찰의 경우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던 유일한 시공사가 입찰참여 포기의사를 밝히면서 또 다시 유찰됐다.
부산 진일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올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입찰이 참여업체 부족으로 유찰되자, 수의계약을 통해 우선협상대상 시공사를 선정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입찰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인천 석남동 473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작년 12월부터 시공사 구하기에 나섰으나 네 차례 모두 참여업체 부족 등의 사유로 실패했고 현재 다섯번째 시공자 입찰공고를 낸 상태다.
현장설명회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유찰된 경우도 많았다. 경기 용인시 수지풍산아파트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지난달 22일 현장설명회를 진행하고 이달 12일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었지만, 현장설명회에 1개사만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부산 도시아파트외 219번지 일원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과 서울 면목역3의3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등도 현장설명회 참여업체 부족으로 ㅇ유찰됐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정비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PF부실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경색에 대한 불안감이 연일 커지고 있는 만큼 사업성이 좋은 현장이라도 과거보다 신중하게 수주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PF부실 우려로 자금 유동성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면서 보유하고 있는 현장들 중 한 곳에서만 문제가 터지더라도 줄줄이 다른 현장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과거보다 수주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대우건설의 단독 참여로 유찰된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사비 인상도 시공사들의 발목을 붙잡는 요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잿값이나 인건비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수주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공사비 인상에 대한 조합원들의 거부감이 큰 만큼 지금은 몸을 사릴 때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정부는 인허가·착공 감소로 2~3년 후 주택 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PF 대출 보증 규모를 늘리고 대출 한도도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9.26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PF 부실과 공사비 급등을 경계하는 건설사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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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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