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였을때 번뇌 … 나는 영원한 포크가수"
대중적 노래로 인기 끌었지만
'포크 뮤지션' 정체성 위해
방송 아닌 현장공연에 전념
미사리 카페서 제2 전성기
하남 'K스타월드' 조성도 앞장
8년만의 새 앨범 연내 출시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꿈을 먹는 젊은이' 같은 인기 곡 덕분에 스타가 됐지만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은 이런 노래들이 아니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저는 통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포크 가수입니다."
매일경제와 만난 가수 남궁옥분 씨(사진)가 1979년에 데뷔해 40년 넘게 이어온 자신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남궁 씨는 독보적 음색으로 1980년대를 풍미한 인기 가수다. 1982년 실시된 'TV 탤런트 및 가수 인기 조사'에서 여자 가수 1위를 차지했고 KBS 음악 프로그램 '가요톱10'에서 '가왕' 조용필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KBS 방송가요대상 여자가수상, MBC 10대 가수상 등을 받았다.
남궁 씨는 20대 초반 가요계의 총아였던 시절 음악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소속사와 가요계 시스템이 이끄는 대로 대중적인 노래들을 불렀지만 이들 노래가 몸에 맞지 않은 옷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남궁 씨는 "방송에 나가고, 순위 프로그램에서 경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정통 포크 음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며 "나 자신이 언더그라운드(방송에 나가지 않고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에 맞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스스로 음악 세계를 만들기 시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대중성보다 음악성을 추구하면서 남궁 씨는 방송에서 멀어졌다. 대신 전국의 행사장과 공연장을 돌며 노래했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가는 시간을 가졌다. 음악 프로그램 출연 제의, 트로트를 하자는 제안 등이 좋은 조건으로 들어왔지만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남궁 씨는 "방송에 나오지 않으니까 활동을 안 하는 줄 아는 분이 많은데 저는 한번도 노래를 멈춰 본 적이 없다"며 "전국을 다니며 많을 때는 한 달에 스무 번 넘게 공연을 했고, 요즘에도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 씨는 1990년대 후반 경기 하남시 미사리 라이브카페에서 유행한 포크 문화를 이끌기도 했다. 이 시절 미사리에는 라이브카페 수십 곳이 성행하며 송창식, 조영남, 윤형주, 이정선 등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남궁 씨는 "미사리는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곳"이라며 "지금은 카페가 많이 사라져 후배 가수들이 설 공간이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궁 씨는 라이브카페 문화의 부흥을 위해 하남문화재단과 함께 복합문화 공간인 K스타월드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남궁 씨는 올해 안에 출시를 목표로 새 음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2015년 발표한 '남궁옥분 광복 70주년' 이후 8년 만의 음반이다. 남궁 씨는 "수많은 가수가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아직까지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나만의 색깔을 계속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포크 뮤지션으로서 음악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며 평생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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