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해소에 안도… 추가규제 변수 남아

中 공장에 美 반도체장비 허용
美 별도허가 없이 반입 가능
삼성·SK "韓·美 정부에 감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제공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해 별도 허가 없이 무기한 미국산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최종 결정한 것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며 안도했다. 다만 화웨이의 초미세공정 반도체 자체 개발 이후 미국 정부가 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전반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의 대 중국 추가 규제 가능성에 대한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해 별도 허가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들여올 수 있도록 결정한 것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9일 "한·미 양국 정부의 긴밀한 협의 끝에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각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협의해 온 한·미 정부의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각국의 법규를 성실하게 준수하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VEU는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이다. 별도로 건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통제 적용이 사실상 무기한 유예되는 의미가 있다.

다만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에 자국 내에서 개발한 7나노(㎚)급 반도체가 탑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미국 내부에서 첨단 반도체 규제의 헛점을 찾아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여전히 변수다. 국내 업계는 혹여라도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글로벌 맥락에서 본 반도체와 반도체법'이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규정에 28㎚ 이상의 반도체 패키징 작업에 관련한 '완전공핍형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FD-SOI)'가 규제 대상인 '국가안보에 핵심적인 반도체' 목록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28㎚ 반도체 공정 역시 5G 통신을 비롯해 전기차 전력장치, 사물인터넷(IoT)은 물론 군사용으로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등은 안정성 등을 고려해 아직까지 주로 30㎚ 안팎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만들어지는데, 미국 정부가 단순하게 미세공정만으로 규제하다보니 자율주행과 같은 첨단 시스템반도체 공정을 막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인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대해 언급하며 "중국이 세계적으로 28나노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고 이를 이용해 기술 밸류체인을 더 선진적으로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