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어 가족 납치해갔는데 "군대는 어디에?"…이스라엘 충격

윤세미 기자 2023. 10. 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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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구급대원 아미트 만(22)은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 병원에서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사라졌다.

하마스의 전례 없는 공격에 이스라엘의 육·해·공이 무방비로 뚫리면서 수많은 이스라엘인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수천발의 로켓 공격에 철통 방어막이 속수무책으로 뚫린 데다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남부 도시들에선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총격과 납치까지 벌어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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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공습 이후 양측 충돌 지속…팔레스타인 피해도 급증 "이스라엘 공습에 최소 413명 사망"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국경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을 가자지구로 납치해 데려가고 있다./AP=뉴시스

"제발 좀 멈춰줘, 제발…. 군대는 어디 있는 거야?"

이스라엘 구급대원 아미트 만(22)은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 병원에서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사라졌다. 그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가족들은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아직도 만의 생사를 알 수가 없으며 당국도 이렇다 할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며 좌절감을 토로했다.

하마스의 전례 없는 공격에 이스라엘의 육·해·공이 무방비로 뚫리면서 수많은 이스라엘인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수천발의 로켓 공격에 철통 방어막이 속수무책으로 뚫린 데다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남부 도시들에선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총격과 납치까지 벌어진 탓이다.

일부 정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판 9·11'로 비유한다. 이스라엘 주민들의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은 하마스의 무차별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스라엘 남부의 작은 마을인 오파킴의 하타마르 거리에선 거의 모든 집과 모든 차량이 총알구멍으로 뒤덮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엑스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스라엘 남부 레임키부츠의 음악 축제 행사장에서 하마스의 총격을 피해 혼비백산 도망치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공유되고 있다. 행사장에서만 260구 넘는 시신이 발견됐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납치한 민간인을 전리품처럼 자랑하는 영상도 퍼졌다. 영상 속에선 반바지를 입은 이스라엘 남성이 수갑을 찬 채 무장대원들에게 끌려가고 피를 흘리는 여성들도 손이 묶인 채 강제로 차에 태워진다. 하마스는 100명 넘는 인질을 붙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실종자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상태다. 일부는 인질로 가자지구에 끌려갔고 일부는 하마스 무장대원의 눈을 피해 이스라엘 마을에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주민들은 경찰서로 몰려들었지만 확실한 답도 듣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스라엘 남성 요니 애셔(37)는 SNS 영상에서 국경 근처에 사는 어머니를 만나러 갔던 아내와 두 딸이 하마스의 픽업트럭에 실려 가는 모습을 발견한 뒤 충격에 빠졌다. 그는 외신 인터뷰에서 구글 계정을 통해 아내의 휴대폰 위치를 추적한 결과 가자지구에 있는 걸로 나왔다면서 "딸들은 5살, 3살밖에 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가족의 무사 귀환을 간청했다.

실종된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들을 직접 돌아다니고 있는 한 어머니는 이스라엘이 이번 일을 계기로 가자지구에 가장 강력한 보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 두 명이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을 지켜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한편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향해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팔레스타인 측 피해도 커지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8일 최소 413명이 사망했고 여기엔 어린이 78명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7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남부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에는 생후 3개월 된 쌍둥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자지구 측은 이스라엘이 전력 공급을 중단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연료와 물품을 차단하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보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전력을 끊으면서 병원의 낡은 발전기들엔 과부하에 걸렸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북쪽 베이트 라히아 지역에 사는 모하메드 살라는 8일 가족들과 함께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로 대피했다면서 "어젯밤 이스라엘 전투기가 우리 동네를 무작위로 폭격했다"며 "우리는 아무런 보호 없이 수년 동안 당하기만 했다. 우리는 이스라엘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은 이스라엘 공습을 피해 가자지구 인구의 약 5%인 12만3000명이 피난 행렬에 나섰다고 집계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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