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삭센다' 비만 약의 배신…"위장 질환 부작용 우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후 비만 치료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젬픽·리벨서스·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삭센다(성분병 리라글루티드)’ 등 살 빼는 약들이 췌장염·장폐색·위 무력증 등 심각한 위장 질환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마글루티드와 리라글루티드 성분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GLP-1 작용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지난 10여 년간 체중 감량제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2021년에는 비만 치료제로 허가됐으며, 2022년 미국에서만 4,000만 건이 처방됐다. 국내에서도 처방을 통해 구매할 수 있으며, 다이어트약으로 인기를 끌면서 ‘꿈의 다이어트 약’으로 불린다.
위고비의 경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다이어트 비결로 꼽으면서 세계적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마야르 에트미넌 교수와 모히트 소디 연구원(박사과정)은 최근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 성분인 ‘세마글루티드’ ‘리라글루티드’와 췌장염·장폐색·위무력증 등 사이에 강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6~2020년 미국에서 세마글루티드·리라글루티드를 처방받은 1,600만 명의 건강보험 청구 기록을 조사했다. 여기서 이들 약물과 췌장염·장폐색·위 무력증 간 연관성을 분석하고 이를 다른 비만 치료제 ‘부프로피온-날트렉손(콘트라브)’ 사용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세마글루티드·리라글루티드 사용자들은 콘트라브 사용자보다 심한 복통을 일으키고, 입원·수술이 필요한 췌장염 위험이 9.09배 높았다.
또 음식물이 소장·대장을 통과하지 못해 경련·복부 팽만감·메스꺼움·구토 등을 일으키는 장폐색 위험은 4.22배, 음식물이 위장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해해 구토·메스꺼움·복통 등이 나타나는 위 무력증 위험은 3.67배 높았다.
연구팀은 다만 이들 약물의 체중 감량 효능을 조사하는 무작위 임상 시험은 표본이 작고 추적 기간이 짧아 위장 장애 포착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연구는 GLP-1 작용제를 사용한 비(非)당뇨병 환자의 위장관 부작용에 대한 첫 대규모 연구라고 밝혔다.
에트미넌 교수는 “체중 감량을 위해 이들 약물을 사용한 일부 환자가 위 무력증과 메스꺼움, 구토 등을 보고한 적이 있지만, 이들 약물과 위장 질환 간 연관성에 대한 대규모 역학 연구 데이터는 없다”고 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소디 연구원은 “이들 약물은 인터넷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는 등 접근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광범위한 사용을 고려할 때 체중 감량을 위해 이런 약물을 사용하려는 사람은 부작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이들 약물의 부작용은 환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라며 “규제 기관과 제약업체가 현재 제품의 경고 표시에 포함돼 있지 않은 위 마비 등 위장질환 위험을 경고에 추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출시된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신약 ‘마운자로’도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는 체내 호르몬인 GLP-1의 유사체로 작용해 음식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원리다. 위고비는 매일 1회 맞아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1주일에 1회만 주사하고, 임상시험에도 뛰어난 체중 감소율을 보여 각광받고 있다.
삭센다는 56주 투약 기준 9.2%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반면, 위고비는 68주간 15.6% 체중이 감소했다.
마운자로는 지난 6월 국내에선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는데, 비만 환자에 대한 임상 시험에서 최대 22.5% 감량 효과를 보여 비만 치료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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