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욕 다짐한 이스라엘,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할까[이·팔 전쟁]
현역병 외 10만 예비군 동원해 준비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맞바꿀 수도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예상치 못한 기습을 받고 큰 타격을 입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예고한 대로 ‘끝장 보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하마스 무장대원의 공격을 받은 남부 오파킴을 방문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은 앞으로 50년간 기억될 것이며, (하마스는) 자신들이 시작한 일을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의 룰은 바뀌었다. 가자지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아주 무거워서, 몇 세대의 현실을 바꿔놓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갈란트 장관의 이날 발언은 700여명의 사망자와 2200여명의 부상자 등 역사에 기록될만한 이스라엘의 피해에 대한 설욕의 다짐이다.
하마스의 기습에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사상 최악의 정보 실패’, ‘군 준비 태세 미비’ 등 오명을 안은 채 현역 군인들과 함께 10만명에 달하는 국내외 예비군을 동원해 설욕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 안보 내각도 하마스와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군사 및 통치 역량을 파괴하기로 결정,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군사작전 권한을 준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악의 도시’로 규정하고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하마스가 숨어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 것”이라고 강력한 보복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하마스 대응에 나선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항모전단을 이동 배치하고 군 장비 등을 제공하기로 한 것도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세를 예측하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자국에 침투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을 제거한 뒤 가자지구로 진입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이스라엘이 네타냐후 총리의 말대로 하마스에 끝장 보복을 결행한다면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에 지상군 투입이 된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발생한 3명의 이스라엘 소년 납치살해가 촉발했던 당시 하마스와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은 6만명의 병력을 가자지구에 보냈다.
지상군 투입을 위한 명분이 충분하고 준비도 진행되고는 있지만 실행하기엔 이스라엘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인질로 잡혀 끌려간 인질들이 걸림돌이다.
하마스는 7일 기습작전을 통해 이스라엘 남부에서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들을 대거 납치해 가자지구로 데려갔다. 이스라엘군은 인질 수가 100명이 넘는다고 확인했다.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하마스의 지하 터널 등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질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고, 이 경우 자국민 희생을 대가로 보복극을 벌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 지상군 작전에 따른 막대한 인명피해도 이스라엘의 부담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조밀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이 매우 강한 일반 시민과 전투원, 민간 주거지와 전투 시설을 구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규모 민간인 희생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여기에서 펼쳐지는 이스라엘군의 작전에도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2014년 지상군 투입 때 이스라엘 측 인명 피해는 67명에 불과했지만, 가자지구에서는 2000명 이상이 죽고 1만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지상군 투입 작전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아랍권의 반발과 그 여파도 고려해야 한다.
자칫 지상군 투입을 빌미로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의 무장세력이나 다른 아랍권 국가들까지 분쟁에 가담하게 되면 이는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전제 조건으로 내건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스라엘 수교 논의도 무산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지상군 투입은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와 맺은 ‘아브라함 협약’을 사우디와 수교를 통해 확장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외교 전략을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전례 없는 이스라엘 공격을 준비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섣부른 지상전 전개는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적의 의도에 휘말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 지상군 투입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피랍된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자국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풀어주는 방식의 문제 해결에 나설 수도 있다.
현재 이스라엘 교도소에는 약 4500여명의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이 있으며,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은 행정 구금 대상자도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에 무력 저항하거나 테러 범죄에 가담했거나 연루된 사람들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하마스에 피랍된 자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한 적이 있다.
2006년 하마스에 납치돼 5년간 수감됐던 이스라엘군 병사 길라드 살리트를 데려오기 위해 이스라엘은 2011년 2차례에 걸쳐 1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재소자를 풀어줬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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