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만보 걸으며 응원했지만 … 부족했다"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3. 10.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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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한국선수단장 최윤 회장
재일동포 3세 출신 경영인
격려금·선물 등 세심한 지원
고교 시절 럭비 선수 출신
배구·골프 등 꾸준히 후원
"스포츠는 행복 주는 존재
아시안게임서 느꼈기를…"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장을 맡은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아시안게임 레슬링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OK금융그룹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장을 맡았던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대회 기간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면적이 1만6596㎢로 서울(605㎢)의 약 28배나 넓은 항저우의 주요 경기장을 오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하루 평균 6개, 최대 8개 경기장을 찾았다. 그저 경기를 지켜만 본 게 아니었다. 땀 흘리는 국가대표 선수를 향해 진심을 담아 응원하고 격려를 보냈다. 대회 내내 물심양면 지원을 하면서도 최 회장은 "부족하다. 좀 더 많이 찾고 도와줬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지난 8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최 회장은 대회에 대해 "대회 기간 내내 행복했다. 감동적이었다"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는 대회 기간 하루 3만보 안팎을 걷고, 각 종목 선수들을 일일이 챙겼다.

재일동포 3세 출신 경영인이기도 한 그는 "지연, 학연이 없는 내가 체육계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감 속에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이 됐다. 많이 움직이고 응원했던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2021년 도쿄올림픽 때 선수단 부단장이었던 최 회장은 지난 7월 초 재일동포 출신 첫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대회 전부터 선수단 지원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아시안게임에 나선 39개 전 종목 지도자들을 만나 총 1억4000만원의 격려금을 지원했다. 또 대회 기간에 있던 추석 연휴에 선수단 전원에게 기프티콘과 티셔츠를 선물하고, 메달 보상금과 각 종목 선수들의 선수촌 퇴촌에 격려금을 추가 지원하는 등 선수단을 세심하게 챙겼다. 그래도 최 회장은 "조금 더 도와주고 싶은 종목들이 많았다. 카바디, 여자 수구 등은 대표팀이 자비를 들여 대회에 참가했다고 하더라. 좀 더 일찍 선수단장에 선임됐다면 각 종목에 맞는 맞춤형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스포츠에 진심인 기업인이다. 고교 시절 럭비 선수였던 그는 2021년 2월부터 24대 대한럭비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 럭비, 남자 프로배구팀 운영,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개최, 유도, 농아인 야구 지원 등 다양한 스포츠에 있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최 회장이 이번 대회 선수단장을 맡아 강조한 키워드가 있다. 하나는 '행복한 스포츠'다. 그는 "지금껏 우리나라 스포츠에서는 '최선을 다하자'거나 '최고를 향하자'고 했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뒷전으로 밀렸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경기가 끝나고 행복을 갖는 건 원래 스포츠의 기본 정신과 같다. 순위에 상관없이 뭔가에 도전해 최선을 다하고 돌이켜보며 행복했다는 생각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선수도, 지도자도, 부모님도 나아가 경기를 지켜본 국민들도 스포츠가 주는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행복한 스포츠'를 느끼기 시작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싶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하나는 '비인지 스포츠'다. 최 회장은 흔히 쓰는 '비인기'가 아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은 '비인지'라는 단어를 사용해왔다. 그는 "각 종목에는 역사가 있고 선수들의 노력이 있다. 이런 것들이 좀 더 알려지면 사람들이 알게 되고 그다음에 인기 스포츠로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름조차 몰랐던 종목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지고 관심도 많이 높아진 것 같다. 이를 통해 다양한 스포츠 가치가 좀 더 존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스포츠에 대해 "행복을 주는 존재"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는 "스포츠에는 기본적으로 규칙이 있다. 그 안에서 승리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경쟁한다. 그러다가 코트나 그라운드에서 나오면 친구가 될 수 있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순수함이 있다. 그게 스포츠가 주는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스포츠의 철학, 가치를 어렸을 때부터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통해 규정 안에서 경쟁하고, 그 가운데서 남을 배려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배울 수 있다. 학교에서부터 '1인(人) 1기(技)'의 필요성을 누구나 가져야 한다. 이게 잘돼야 생활체육부터 시작해 엘리트, 프로 스포츠가 좋아지고 나아가 스포츠 산업도 발전해 선진국형 스포츠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면서 "학교 체육이 발전하면 한국 스포츠는 충분히 일본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8일 선수단 해단식을 끝으로 선수단장 임무를 마친 최 회장은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그는 "회사를 경영하면 반드시 이익을 내야 하고 한편으로는 사회에도 기여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을 통해 스포츠가 주는 행복을 많이 느꼈다. 이제는 회사나 고객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는 게 뭔지를 다시 생각해보려 한다. 잘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항저우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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