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나눠 먹기' 전락 R&D 예산, 선택과 집중에 나설때 [사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연구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에까지 나눠 먹기식으로 지원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1년 정부 R&D 과제 수행 중소기업(1만8097개) 가운데 58.4%가 2억원 미만 과제를, 28.2%가 1억원 미만 과제를 수행했다. R&D 예산이 뿌려주기식으로 지급되면서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연구과제를 따내 지원금만 챙기는 것이 영세 중소기업의 관행이 됐다. 그 결과 2018~2022년 R&D 예산이 평균 10.9%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비 1억원당 국제학술지 게재 연구 논문 수는 2017년 2.05개에서 2021년 1.58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정부는 내년 국가 주요 R&D 예산을 13.9% 삭감하며 R&D 예산 대수술에 나섰다. 증가 일변도였던 R&D 예산 축소로 과학계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거품이 끼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가 R&D 예산은 10조원 이상 급증했고, 연구비 배분 방식에서도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100억원대 정부부처 과제를 200여 개 기업에 나눠준 사례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R&D 지원이라기보다 중소기업 보조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을 이유로 중소기업 예산 배정을 확대하면서 지역·성별·연령별로 연구비를 배분해 'R&D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북사업 관련 중소기업들이 R&D 과제를 중복으로 따낸 사례도 속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R&D 카르텔'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구비 나눠 먹기와 과제 쪼개기 등 낡은 관행과 비효율은 걷어내면서도 혁신 동력을 꺾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일괄적인 예산 삭감으로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묵묵히 연구 현장을 지키는 과학계 전체를 카르텔로 몰아 사기를 꺾거나, 장기 투자가 필요한 연구에 효율의 잣대만 들이대는 우를 범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만큼 섬세하고 정교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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