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유가 불안 가중…비상한 각오로 선제대응을 [사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원유 저장고'인 중동발 위기가 불거지면서 국내 당국도 경제 불안 우려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커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국가별로 크게 엇갈려 사태가 장기화되고 확산될 조짐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사태 직후인 지난 8일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87.24달러로 5% 넘게 올랐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조치가 유가를 끌어올린 가운데 하마스 공격이 기름을 부은 것이다. 당장 1973년 제1차 석유파동 때처럼 유가 폭등 가능성은 낮지만 비관적인 전망도 무시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거세질 경우 이란과 이라크·시리아·레바논의 일명 '시아파 초승달벨트 연합'의 반격으로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 위주의 수니파 지역과의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8일 "이란이 공격의 계획이나 수행에 직접 연루됐다는 정보가 없다"며 이란과의 확전을 막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이란 정부는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한다"며 반이스라엘 세력을 선동하고 있고, 미국은 세계 최대 핵 항공모함을 동지중해에 배치하고 전투기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이 전개된다면 올 들어 미국이 유가 안정을 위해 이란산 원유의 우회 수출을 묵인해온 것을 막아 기름값은 더 뛸 수 있다.
국제유가 급변은 국내 산업생산과 소비, 환율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정부는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로 최근 5개월래 최대 상승률을 보인 데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도 예상되고 있어 중동발 불안은 경제에 빨간불을 키울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미국 통화 긴축을 부채질함으로써 국내는 장기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로 실질소득이 더 줄게 된다. 정부는 10월부터는 물가 안정과 수출이 증가한다는 '상저하고'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동 변수가 돌발한 마당에 낙관론을 접고 비상한 각오로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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